로딩
요청 처리 중입니다...

기차 창가에 앉아 든 생각

 기차 창가에 앉아 든 생각

대전으로 향하는 길, 무심히 펼친 책은 헤더윅, 더 인간적인 건축이었다. 책의 문장을 따라가다 불현듯 시선이 멈춘 곳은 창밖이었다.

창을 스치는 도시 풍경은 낯설 만큼 차갑고 건조했다. 기능과 경제 논리로 정직하게 세워진 건물들.

그것은 도시를 지탱하는 질서였지만, 동시에 내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가치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했다.

그 순간 문득 물었다. “내가 건축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떠오른 것은 가우디와 이타미 준의 세계였다. 그들의 건축은 결코 심심하지 않다.

땅의 기억과 바람의 결,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으며, 풍경 속 하나의 그림이 된다. 나는 본래 그런 건축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내 포트폴리오 속 건물들은 오직 기능에만 충실한 도면이었다. 기계처럼 효율적이지만, 영혼이 결여된 형태.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규율과 효율의 논리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곰곰이 생각한다.

왜 우리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이토록 단조로운가. 왜 건축물들은 획일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