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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보지 않는 사람〉_1화

 〈숫자를 보지 않는 사람〉_1화

1,470. 서울 외환시장 전광판에 떠 있는 그 숫자는 더 이상 가격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미 이 숫자를 의미로 읽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숫자를 “절대 깨지면 안 되는 방어선”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이제 받아들여야 할 뉴노멀”이라 말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살아남는 기준선.”

아침 7시 30분. 기획재정부 장관의 책상 위에는 늘 같은 순서의 보고서가 올라왔다.

외환당국 개입 내역. 외환보유액 증감.

국민연금 스와프 잔액. 그리고 마지막에 항상 붙어 있는 관세청의 한 장짜리 문서. “1,138개.”

관세청장은 숫자를 말하며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게 이 숫자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수출 신고는 끝났습니다. 그런데 달러가 안 들어옵니다.”

장관은 굳이 질문하지 않았다. 이건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달러가 안 들어오면 원화는 약해진다. 원화가 약해지면 사람들은 더 달러를 산다.

그래서 이번엔 방식이 달라졌다. 외환보유액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