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길상사의 아침 극락전 앞 노랑 참나리 한 송이가 고요하게 피어 있었다. 삶의 무늬처럼 반듯한 꽃잎 위로 작은 기도가 내려 앉고 나리의 고운 숨결이 시간을 천천히 적셧다.
극락전 앞 보랏빛 수련 물결따라 살짝 흔들리는 모습 속에서 묵직한 침묵이 배어 있었다. 비가 스치고 간 자리 고개를 살짝 내민 꽃잎은 더 선명하게 젖어 있었고 능소화 꽃은 "지금 이순간이 꽃으로 피어나는 시간이다"라고 말을 건냈다.
지장전 앞으로 들어서면 또 다른 여름이 기다리고 있다. 작은 연못가 물 위에 떠있는 어리연꽃 작고 노란 꽃잎이 연한 바람에도 흔들리고 고요히 피어난 수련은 물 위에 자리를 내어준 채 말없이 빛나고 있었다.
햇살을 머금은듯 꽃잎은 투명했고 그 고요는 마음 깊은 곳까지 번져 왔다. 덜어낸 마음.
비우는 걸음. 이곳에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이 있다.
마음을 낮추고 시선을 들여다보며 말 없는 것들과도 대화하며 하루를 살아가기로.. 그렇게 오늘도 길상사에서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는다. ...
원문 링크 : 길상사의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