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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기형도, 입속의 검은 잎)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기형도, 입속의 검은 잎)

중학교 졸업식 날, 담임 선생님께서 편지와 함께 기형도 시집을 선물해주셨다. 중학교 3학년 내내 그랬지만 나는 그날도 사고를 쳤다.

주체하지 못하는 호르몬 탓인지 졸업식 끝나고 쓸 달걀과 밀가루를 너무 일찍 써버렸다. 졸업식에 참가하지 못하고 밀가루와 계란 범벅을 한 채로 교장실 앞에 엎드려 있었다.

중학교 3년 내내 보통 그랬다. 선생님 앞에서 싸움을 했고, 반 아이들 20명을 선동해 점심시간에 담을 넘고 돌아오지 않았다.

선생님은 조용히 타일렀고, 항상 기회를 주신다고 했다. 나는 기형도 시를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선생님은 왜 나에게 하필 이 시집을 주셨을까. 또 나는 철없는 아이를 타이를 만한 어른이 되었는지 말이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p.45)” “그러나 어쩌랴, 하나뿐인 입들이 막아버리는 가는 비.... 오는 날, 사람들은 모두 젖은 길을 걸어야 한...

# 검은 # 기형도 # 입속의 # 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