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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기만은 자기혐오로 침몰하지 않기 위해 하는 안간힘이었다

 자기 기만은 자기혐오로 침몰하지 않기 위해 하는 안간힘이었다

나는 도망치는 데 선수였다. 실패하는 미래를 너무 많이 상상한 나머지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망한 기분이 들어 때려치우기 일쑤였다.

작게 성취하고 금방 버렸다. 전부를 걸지 않았고 조금씩 투자했다.

답이 안 보이는 곳에서 열을 내지 않았고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금방 선회했다. 완강한 거부에는 매달리지 않았고 쉽게 포기했다.

영화도, 소설도 그렇게 내던졌다. 취업 준비를 하고 취업을 하고 일을 하고.

소설을 쓸 수 없는 핑계들이 생겨났던 건 소설을 계속 쓰지 않으려는 이유를 내가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빠른 포기에도 장점은 있었다.

잃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비참한 미래를 아주 많이 시뮬레이션 했기 때문에 진짜 망할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었다.

물론 그래서 망하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차단했다는 사실은 모른 척했다. 자기 기만은 자기혐오로 침몰하지 않기 위해 하는 안간힘이었다.

[한소범_청춘유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