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사진이 뜨자마자 두 눈이 의심스럽다. 지금이 2008년 텔미 시절인지 2026년 현재인지 분간이 안 간다. 원더걸스 시절 입고 나오는 족족 전국을 품절 대란으로 만들었던 인물이 요즘 1020 세대의 핫플을 털러 간 모습이다. 이름하여 성수동 젠지 교복 투어다. 데뷔 초부터 사복 변천사를 모조리 추적해 온 골수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아 본 쇼핑 썰은 그냥 넘길 이야기가 아니다.
첫 번째 격전지는 유럽 감성의 섭듀드 분위기다. 천사 날개 그래픽과 파스텔 톤이 난무하는 곳에서 쿨하게 네이비 티셔츠를 집어 든다. 로고가 가슴 상단에 위치해야 비율이 살아난다는 날카로운 분석까지 곁들여지며 사복 장인의 내공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 구간에서 하나의 포인트가 생긴다. 직원이 전지현 청바지라며 로우라이즈를 추천하자 살짝 멈칫하는 뒷모습이 포착되었다. 요즘 사람들이 새롭다며 열광하는 핏이지만, 15년 전 이미 질리도록 입고 끝낸 과거형 장르라는 점이 묘하게 다가온다. 트렌드를 시간이 지나 다시 마주한 거리감이 이번 투어의 미친 관전 포인트다.
다음은 제니와 로제가 떡상시킨 브랜디 멜빌이다. 악명 높은 원사이즈 정책으로 많은 이들에게 굴욕을 안겨주는 곳인데, 안소희에게는 프리패스 유니언잭 민소매가 어울려 거울 앞에 선 모습이 보인다. 군살 하나 없는 핏은 당연하고 어깨 밴드 넓이로 부유방 커버력을 계산하는 디테일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옷이 안소희를 입은 것이 아니라 안소희가 브랜드를 완벽하게 잡아먹은 순간에 상큼함이 터져 나온다. 무대 위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가 확실히 느껴진다. 이 도트 무늬 톱을 입은 컷은 레전드로 남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완전 흡수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지막 코스는 개미지옥 뉴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젠지 무드로 세팅이 끝나 있다. 특히 볼캡 핏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방출된 볼캡 고르는 꿀팁도 함께 공개되는데, 깊이가 깊고 푹 눌러쓸 수 있어야 하며 챙은 라운드 형태여야 얼굴이 살아난다는 점이 핵심이다. 무테 안경 하나 얹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너드미 넘치는 긱시크 룩이 완성된다. 이 시점에서 소화되지 않는 아이템은 거의 없다고 느껴지며, 1만 원대의 귀 달린 모자에서 양말까지 양손으로 득템하는 모습이 의외로 큰 웃음을 자아낸다. 합계가 대략 2만 원대라는 계산서에 찐으로 행복해하는 미소가 압권이다. 수천만 원대 명품을 두르고 있진 않지만, 지금의 털털한 모습이 더 힙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앞으로도 이런 날것의 일상을 더 자주 보여 주길 바란다는 바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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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30대 안소희가 성수동 젠지 교복을 입었을 때 벌어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