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판석의 뮤즈인 정려원이 로고가 범벅인 명품백 대신 선택한 기막힌 사복 센스가 화제다. 대치동 스타강사 역으로 현실적이고 우아한 오피스룩의 끝판왕을 보여준 그녀는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에도 현실의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더 묵직한 내공이 느껴진다. 1981년생으로 올해 45세인 그는 데뷔 26년 차라는 숫자가 믿기지 않을 만큼 늘 트렌드를 넘어서는 편안한 무드를 정확히 입는 데 능숙하다.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옷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편안해하는 무드를 알아 입는 태도가 오랜 워너비의 이유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포인트는 베이지색 나일론 토트백 같은 흔하고 베이직한 아이템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듬은 부분이다. 가방 손잡이에 시원한 블루 컬러의 패턴 스카프를 무심하게 묶고, 브라운 톤 가죽 참 장식을 더해 본연의 베이지 컬러와 톤온톤으로 부드럽게 연결했다. 수백만 원을 주고 산 잇백이라도 개인의 취향과 센스가 없다면 비싼 장바구니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진짜 멋쟁이들은 가방을 소모품으로 대하지 않고 삶에 동화시키는 법을 안다.
올블랙의 도전도 한층 영리하게 다룬다. 더운 날씨에 발목까지 덮는 블랙 드레스의 단점을 피하기 위해 깊은 브이넥으로 목선을 시원하게 드러내고, 허리선 아래는 A라인으로 퍼지는 플레어 핏으로 체형 커버와 우아한 움직임을 동시에 잡았다. 배경의 강렬한 색감 속에서도 가방과 의상이 서로 경쟁하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서는 배려가 돋보인다. 그리고 발목을 조이는 스트랩 샌들이나 하이힐 대신 다크 브라운 컬러의 뮬 슬리퍼를 매치해 무게감을 유지했다. 다만 뮬의 특성상 발등 지탱이 앞서 오래 걷기엔 불편해 피로가 누적될 수 있어 하루 종일 걷는 일정이라면 푹신한 스니커즈로 전환하는 현실적 타협점이 필요하다.
수많은 유행이 지나가도 결국 가장 뜨거운 관심은 자연스러운 나다움을 잃지 않는 태도라는 메시지가 남는다. 오늘도 정려원의 옷장을 바라보며 제대로 된 센스를 배운다는 다짐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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