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마음에 들었다. 수학을 인문으로 읽는다니 딱딱한 공식 대신 이야기로 풀어준다는 뜻 아닐까라는 기대를 남긴다. 개발자로 살면서 수학과 완전히 담을 쌓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친하다고도 못 했던 분위기 속에서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은 마음으로 펼쳤다. 그리고 공식이 등장한다.
이 책은 수학의 역사와 개념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교양서다. 수식과 증명이 전혀 없을 거라 기대하면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학이 인류의 사유와 어떻게 연결되어 왔는지를 다루는 방식은 순수 수학 교재와 분명히 다르다. 수의 역사로 시작해 수학적 개념들이 철학과 문명, 인간의 사고방식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따라간다. 인문학 독자를 위한 책이라고 소개되지만 중간중간 수식과 공식이 꽤 등장한다. 수학을 완전히 놓은 독자보다는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더 잘 맞는 편이다.
읽고 나서는 솔직히 쉽지 않았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수학과 아예 담을 쌓고 산 건 아니지만 이 책 앞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문으로 수를 읽는다기에 이야기 중심일 거라 생각했는데도 공식이 예상보다 훨씬 자주 나온다. 페이지를 넘기다 멈추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님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은 이유는 중간중간 진짜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학이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인간의 사유 방식과 이렇게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하나다. 공식이 조금만 덜 나왔더라면 더 많은 독자가 끝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제목이 약속한 것과 실제 내용 사이의 간극이 다소 있었다는 생각이 남는다.
총평 한 줄은 수학과 인문의 경계를 오가는 책이다. 인문을 기대했다면 공식에 한 번은 당한다. 이런 분께 추천한다는 문구도 확인된다. 수학의 역사와 철학적 배경이 궁금하고, 수학을 완전히 놓지는 않은 어느 정도 친숙한 독자, 교양 수학 입문서를 찾는 이공계 출신 독자에게도 흥미를 줄 수 있다. 쉽지 않아도 끝까지 읽어 내는 뚝심이 있다면 유익한 읽을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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