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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에 발 담그기

 짠물에 발 담그기

마음이 엉성하기 짝이 없는 뜨개질로 짜여진 선율 같다. 늘어날 대로 다 늘어나 버려 본래 갖던 탄성은 사라지고 도저히 다시 올라갈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유창한 한국어를 한다. 내가 맡은 학생은 뒤로 버린 채.

나는 무얼 가르치는지, 무얼 배우는지도 모르겠다. 언제 산 지도 모르는 2리터짜리 생수병은 내가 매일 놀리던 동기의 병.

송알송알 맺힌 물방울엔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내 방 곳곳을 투영하고 헤쳐놓는 주름, 굴곡.

이제 빛을 닫는다. 내 방의 두 알맹이는 언젠가 깨졌던 모양이다.

개구멍을 따라 데구르는 모양을 보자면 가슴이 답답하다. 하나는 어디 갔을꼬.

파도선 같은 전선줄을 매만지며 앞날을 예견한다. 금요일이면 찾아올 진짜 예언자를 상상하며.

벙커에는 읽지 않는 책들이 가득하다. 할아버지의 책이 오마주 되는 순간이다.

돌아간다. 비몽사몽 눈꼽 가득한 눈을 비비자니 이젠 뜰 일도 없을 것 같아 내비둔다.

깨려던 것은 아닌데 얼음을 볼에 맞대니 요상하게 잠에 빠질 것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