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슭에 선 사람은, 바닥에 가라앉은 돌의 수를 알지 못한다. 연인의 갑작스러운 사고, 뒤이어 발견된 비밀스러운 노트.
데라치 하루나의 『강기슭에 선 사람은』은 익숙한 낭만적 미스터리의 문법으로 시작하지만, 이내 그 기대를 배반하며 전혀 다른 차원의 질문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이 작품은 믿음의 취약성과 타인을 향한 섣부른 판단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작가는 인물들의 내면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파문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한 타인의 세계 앞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자세는 무엇인지 묻는다. 신뢰의 균열과 오해의 심연 이야기는 카페 점장 ‘기요세’와 그녀의 연인 ‘마쓰키’의 평온해 보이는 관계에 드리워진 미세한 균열을 비추며 시작한다.
기요세는 마쓰키를 ‘안다’고 믿지만, 그는 가족 이야기를 꺼리고 자신의 사적인 공간을 온전히 내보이기를 망설이는 등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운다. 이 불안정한 신뢰는 기요세가 그의 방에서 다른 여성의 이름이 적힌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