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셋째이자 막둥이, 네 살 딸내미는 말을 잘한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가끔 어른인 내 정곡을 훅 찌르고 들어와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 정도다.
사건의 발단은 ‘아기 상어’였다. 온종일 “아빠, 아기 상어 그려주세요!”
를 외치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나는 비장하게 크레용을 들었다. 이 구역의 ‘망손’은 나라는 사실을 잠시 잊은 채였다.
인터넷에서 아기상어의 이미지를 검색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지느러미를 그리고, 나름 날카로운 이빨까지 새겨 넣은 뒤 의기양양하게 작품을 내밀었다. 그 순간, 딸은 내 역작을 1초간 빤히 보더니, 세상 순수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맞아?" 그 한마디에 옆에 있던 아내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온 집안이 떠나가라 웃음이 터졌다.
네 살배기 예술 평론가의 냉정한 평가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건 그냥 질문이 아니었다.
‘아빠의 그림 실력, 이게 최선이냐’고 묻는, 일종의 청문회였다. 내 머릿속에 있던 ‘나름 상어 같은 무언가’와 딸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