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퓰리즘과 인종민족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탄생과 사회주의를 표방한 버니 샌더스의 돌풍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신자유주의 질서의 붕괴를 촉발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흑인과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 심화하는 경제적 불평등, 실질소득의 감소 위기가 정치 질서를 재편하는 동력으로 작동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정치 질서는 반대 세력이 이데올로기적·정책적 지상 과제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구조를 지칭한다는 점에서 핵심적인 틀을 형성한다. 공공선 달성을 위한 기업 규제, 누진세, 사회보장·실업보험·노동조합의 권리, 완전고용에 대한 국가적 책임, 국가의 단체교섭 지지, 부자와 가난의 불평등에 대한 제한 등은 뉴딜 질서를 구성하는 요소로 제시된다.
또한 민주당이 클린턴·오바마 정권 아래 기존 정체성을 벗어나 공화당의 친기업·반노동 정책에 동화되었을 때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아이젠하워가 반기업·친노동적 뉴딜 질서를 계승·강화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러한 한 정치 질서는 단발성 선거가 아닌 대규모 자금과 정치 행동을 조직할 수 있는 싱크탱크와 정책네트워크, 선거에서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프로그램, 대중 매체를 통한 여론 형성 역량을 필요로 한다. 유권자들에게 삶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프로젝트와 함께 나타난다는 점이 강조된다.
저자는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두 번의 정치 질서가 존재했다고 본다. 자본주의를 순수하게 남겨두면 재앙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확신 아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중앙집권적 경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던 뉴딜 질서가 193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이어졌고, 성장과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에서 시장을 해방시키려는 신자유주의가 1970년대 이후 확산되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와 샌더스가 상징하는 세 번째 정치 질서의 등장도 이 흐름의 연장선으로 본다. 최근 트럼프 2기의 경제민족주의적 행보는 이러한 선견지명을 뚜렷이 뒷받침한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정치 질서를 판단하는 실질 잣대는 반대 세력이 이데올로기적·정책적 지상 과제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으로 요약된다. 2010년대는 1930년대와 1970년대의 닮음을 점차 강화해 가는 시기로, 주류 이데올로기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승리의 신호로 작용한다는 판단이 약화될수록 한 질서의 몰락과 새로운 질서의 부상 가능성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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