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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 황산 | 아멜리 노통브 지음 | 이상해 옮김

 [독서리뷰] 황산 | 아멜리 노통브 지음 | 이상해 옮김

미디어 지형이 달라진 요즘에도 TV 쇼나 OTT 컨텐츠의 시청률은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지며, 제작진은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에 유혹되기 쉽다라는 관점이 제시된다. 최근의 작품들은 과거보다 잔혹함과 자극적 요소를 더 쉽게 접하게 한다는 점이 지적되며, 이와 같은 흐름이 대중의 감수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성찰이 이어진다.

이 작품은 폭력에 둔감해진 대중이 무작위로 사람들을 납치해 수용소에 가두고, 폭력과 죽음의 공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리얼리티 쇼라는 극단적 설정을 다룬다. 비현실적 설정임에도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면 이러한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드러난다. 수용소에 잡혀온 이들은 이유 없이 감금되며 제한된 식량으로 매일 노동을 강요당하고 간수들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당한다.

상황은 TV를 통해 생중계되며 트루먼쇼를 연상시키는 구조를 띈다. TV를 시청하는 각계의 대중과 언론은 잔혹함에 분노와 죄책감과 비난을 쏟아내지만, 여전히 화면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 익명 뒤에 숨은 악행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는지 드러낸다. 수용소 밖의 세계와 달리 수용소 안에서는 시스템과 사람 간의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수감자는 이름을 빼앗겨 수감번호로 불리며 정체성을 부정당한다. 방송 제작자들에 의해 간수로 뽑힌 카포들은 수감자들에 대한 절대적 우위를 가지며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두른다. 이름은 한 사람의 영혼과 진정한 자아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되지만, 결국 이름 없는 타인에 대한 잔혹함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주인공 파노니크와 간수 즈데나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관심이 억압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목인 황산은 즈데나가 마지막 순간에 황산을 이용해 만든 화염병의 등장으로 강력한 상징성을 띈다. 강력한 인화성 물질이지만 오래된 자동차 배터리에 흔히 존재한다는 점이 드러나며, 이 작품에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도덕적·사회적 논쟁을 불붙일 수 있는 소재들이 가득 차 있음을 암시한다. 파노니크의 일갈은 이러한 문제들이 존재함에도 나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논리로 회피하고 방관하는 사회를 돌아보게 만든다.

# 아멜리노통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