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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밤나무를 생각해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밤나무를 생각해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가에 가만히 서 있어 본 사람은 안다. 바닷물이 발끝을 건드렸다가 이내 바다 쪽으로 다시 멀어지는 걸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뒤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무엇인가가 나를 끌고 가듯이, 너무나 매끄럽게 뒤로, 더 뒤로. 그런 착각에 사로잡혀서 멍하니 서 있으면, 어느새 두 발은 뿌리를 내린 식물처럼 모래에 묻히고 만다.

그러면 이내 발가락을 움직여 보는 것이다. 내 두 발이 아직 거기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무언가를, 놓쳤다는 생각.

어딘가에, 늦었다는 생각. 사실 무언가를 갖기도 전에 잃어버리는 것은 불가능한데도, 마법의 자본주의 사회는 그것을 얼마든지 가능하게 한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단순히 개인이 어리석기 때문은 아니다.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일 따름이고, 누구나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면 불행해진다는 걸 알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인간을 분류하는 계급을 만들며 남들과의 비교를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