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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간, 붓을 멈추게 했던 그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미술 시간, 붓을 멈추게 했던 그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중학교 1학년, 교실 안은 붓이 도화지를 스치는 서각거림과 눅눅한 수채화 물감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햇살이 창가를 넘어와 제 팔꿈치 언저리에 머물던 평화로운 오후였지요.

그때, 고요를 깨고 담임 선생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영도야, 잠깐 나와봐라. ...집에 좀 빨리 가봐야겠다.”

그것이 끝이었습니다. 제 도화지 위에는 미처 다 채우지 못한 밑그림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고, 저는 그날 이후 아주 오랫동안 '아버지'라는 이름의 풍경화를 완성하지 못한 채 살아야 했습니다.

서둘러 가방을 챙겨 교문을 나서던 그 소년의 등 뒤로, 제 어린 시절의 태양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저물어버렸습니다. 1. 멈춰버린 캔버스 위에 덧칠해진 '사랑'이라는 밑색 아버지가 부재한 세상은 제게 너무 일찍 '차가운 명령어'를 가르쳤습니다.

세상은 제게 친절한 가이드북을 주지 않았고, 때로는 시스템 오류처럼 저를 사막 한가운데 내던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기한 일이었지요.

절망의 순간마다 제 안의 오래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