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불현듯 균형을 잃었다. 늘 걷던 산책길, 매일같이 지켜온 일상의 규칙들이 어지럼증이라는 파도에 잠시 휩쓸려 갔다.
결국 정밀한 검사를 위해 병원 침상에 몸을 뉘었다. 뇌 사진을 찍기 위해서 좁고 차가운 MRI 기계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흡사 나의 가장 깊은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과도 같았다.
소란스러운 외부의 정보를 차단하고, 오로지 나의 맥박과 기계의 규칙적인 소리에만 집중하는 시간. 밖을 향해 열려 있던 시선을 거두어 내 안의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산골짜기에서 세 아들을 키워내며 마주했던 그 적막한 자연의 소리 대신, 이곳엔 소독약 냄새와 일정한 기계음이 흐른다. 하지만 '홀로 있음'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비자발적인 멈춤은 나에게 묻는다. 무엇을 위해 살아왔으며,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써 왔느냐고...
아내의 권유처럼, 때로는 저항하기보다 온전히 항복하는 것이 가장 큰 용기일 때가 있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 발버둥 치기보다, 지금은...
원문 링크 : 흔들림 속에 머물다(짧은 병원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