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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으로써 비로소 흐르는 것들.(금주 1223일)

 멈춤으로써 비로소 흐르는 것들.(금주 1223일)

오늘로 술을 끊은 지 1,200일이 넘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숫자의 나열이겠지만, 나에게 이 시간은 단순히 액체를 끊은 기간이 아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걷는 칸트의 산책길처럼, 흐트러진 내면의 질서를 하나하나 제자리에 돌려놓는 구도의 과정이기도 했다. 너무나 분명히 술기운이라는 안개가 걷히고 나면서, 삶의 해상도는 선명해졌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가 매일 아침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코모레비)을 조용히 응시하듯, 나 또한 맑은 정신으로 맞이하는 일상의 숭고함을 깨닫게 되었다. 명리학적으로 본다면 운(運)을 바꾼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습(習)을 바꾸는 일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기운에 몸을 맡기는 대신, 고요한 고독 속에서 자신을 관조하는 시간을 선택한 것이다.. 1,200일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주를 가졌을지언정, 그 에너지를 쓰는 방식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세상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고 마시고 떠들라고 부추기지만, 난 요즘 자발적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