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담자는 수억 원의 사기를 당했다는 현실 앞에서 큰 상실감을 겪고 있다. 막대한 재산의 소멸이 만든 허무와 분노, 왜 그런 거짓말에 속았는지에 대한 자책이 겹쳐 마음의 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어깨가 굳어지는 모습을 보며 사주명리의 여덟 글자를 조용히 펼쳐 들었고, 사건이 벌어지기 전보다 더 이른 시점에 강하게 막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지나갔는지 흐름을 점검했다. 삶의 궤도에서 가장 취약하고 불안정한 운의 한복판을 지났던 순간이었다. 사주를 본다는 것은 불행을 없던 일로 돌리는 요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왜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지 그 흐름의 지도를 함께 읽는 작업임이 강조됐다.
“선생님이 어리석어서도, 못나서도 아닙니다. 거센 태풍이 불어오는 시기에는 누구나 발을 헛디딜 수 있습니다. 그저 그런 운의 길목에 서 계셨던 것뿐입니다.” 이 한마디가 내담자의 굳게 닫힌 어깨를 조금씩 풀어 놓았다. 스스로를 향한 날 선 원망을 내려놓으려는 의도로 오랜 시간 상담이 이어졌고, 수억 원이라는 눈앞의 실체를 마주하는 고통은 당연하다고 이해시키려 애썼다.
돈이 사라진 텅 빈 자리에 남은 것은 지금 살아 숨 쉬는 존재의 의미뿐이라는 명리의 이치를 들려주었다. 외적 조건이 흔들릴 때 더욱 발현되는 내면의 고요와 본질적 알아차림을 마주하는 기회로 삼자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지금은 어둠 속처럼 보일지라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이 혹독한 대운의 고개도 결국 지나갈 것이라는 위로가 대신 전해졌다. 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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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유박사
원문 링크 : 사기 피해 내담자와 상담을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