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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2)_요시모토 바나나

왕국 1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08.05.30. 리뷰보기zz 우리 둘은 가공의 공간에 시즈쿠이시라는 문패를 단, 눈에는 보이지 않는 둘만의 집을 차곡차곡 지어 나갔다. 그곳에서 한걸음만 밖으로 내딛어도 마법이 풀려버려 우리는 그곳에만 계속 있어야 했다. 가만히 힘을 모으고, 절대 그 생활을 바꿔서는 안 되었다. 그러면 그 곳에서 언제까지 둘이 함께 있을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집은 둘이 쉬기 위한 공간이며 기도의 도장이며 서로에게 서로의 가장 선한 부분을 보여 주기 위한 장소였다. 그 조용함은 산 속 생활보다 한결 더해서, 자신의 귀가 울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바꿔 말하면 그곳에서만 성립될 수 있는 위태로운 사랑이었다. 그 집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선인장뿐이었다. 하지만 그만 선인장과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자는 보다 섬세한 부분까지 알아듣는다. 선인장은 외로운 내게 그를 빌려주었지만, 내가 더 이상 그를 필요로 하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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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3)_요시모토 바나나

왕국 2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08.05.30. 리뷰보기zz 더 크고 진실한 눈으로 보면 자신이 한 일은 절대 지울 수 없고, 지금까지 해 온 일과 생활의 모습이 반드시 몸 주위에 남아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든 최대한 신중하게 해야한다. 지금까지 해 온 일과 실패한 일과 얼버무린 일들이 주위에 부연 층을 만들어 그 사람의 윤곽을 애매하게 한다. 그것은 볼 줄 아는 사람은 족히 볼 수 있는 것이어서, 가령 전에 주먹구구식으로 장사를 하다가 빚을 져 가게를 말아먹은 사람이 다시 가게를 내려고 하면 표정이나 분위기만 가지고도 대출을 거절당하곤 한다. 물론 과거를 지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어떤 일을 했을 때보다 백 배는 힘을 써야 하고, 매일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 스스로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보통 사람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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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4)_요시모토 바나나

왕국 3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08.05.30. 리뷰보기zz 이 세상에는 내가 아직 모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밀함이 있다. 더 깊고 먼 곳까지 간 사람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자신은 혼자만 간 깊은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지나간 길이다. 그것은 나를 오만함과 고독에서 끌어내는 생각이었다. 나는 '따분함'이 요물의 진정한 정체라는 것을 알고서, 꾹 참고 견뎌냈다. 내게 주어진 것은 지금 이 시간, 오늘 하루 뿐. 그런 생각으로. 그 외로움에 나는 바짝 긴장해 등을 꼿꼿이 펴고, 괴롭지만 눈을 반짝 떴다. 이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변한다. 하지만 지금은 눈 앞에 있다. 확실한 것은 그것 뿐. 그러니까 눈을 똑바로 뜨고 머리도 말짱하게 하고서, 싱싱할 때 맛있게 꿀꺽 삼켜 버리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가슴 하나 가득 터져 나갈 듯한 괴로움을 안고 살았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눈을 부릅뜨면 부릅뜰수록 괴로움도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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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4)_요시모토 바나나

왕국 3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08.05.30. 리뷰보기zz 두 사람이 돌아와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나는 겨우 되살아났고, 무언가가 흐르자 그제야 왜 내가 이곳에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피부로, 눈으로, 귀로. 자신이 있는 의미, 자신의 장소가 있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의미가 없는 존재로 지내다 보면 머릿속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머릿속으로 늘 무언가를 주절주절 생각했던 그 시기를 지나면서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어떤 흐름 속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이해했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어중간하게 금방 어른이 되고 만다. 그래서 하찮은 일들로 하염없이 어린 시절을 연장하고, 중년을 죄책감으로 보내고, 많은 것들을 외면한 채 죽어 간다. 극단적으로는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모두들 늘 앞으로 고꾸라질 듯 오분 앞을 산다. 만약 그 시간이 일년이나 십년 앞이라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 분 앞이면 그저 조급할 뿐이다. 모두들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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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_밀란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2009.12.24. 리뷰보기zz 지금 그는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 체험한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었을까? 그런데 그것이 과연 사랑이었을까? 그는 그녀 곁에서 죽고 싶었다고 확신했는데, 그 감정은 명백히 과장된 것이었다. 겨우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자기가 사랑의 부적격자임을 뼈저리게 깨달은 한 남자가 스스로에게 사랑의 희극을 연기하면서 빠져들었던 그 신경질적인 반응은 아니었을까? 동시에 그의 무의식은 너무도 비열한 나머지 이 희극을 위해서 자신의 삶에 동참할 만큼 격상될 기회라곤 거의 없는 촌구석의 불쌍한 종업원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마당의 더러운 벽면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정신병인지 사랑인지 분간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진정한 남자라면 당장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그는 머뭇거리면서 자기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그녀가 죽으면 자기도 따라 죽으리라 확신하고 여자 발치에 무릎을 꿇은 순간)으로부터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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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5)_요시모토 바나나

왕국 3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08.05.30. 리뷰보기zz 마치 맛있는 먹을거리처럼, 정원과 어머니와 보람찬 새 일, 신이치로씨가 원하는 모든 것이 그 집에서 세트로 신이치로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그렇다. 지금 불필요한 것은 오히려 나다. 진실이란 때로 이렇게 잔인하고 노골적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상처 난 생물처럼 꼼짝 않고 있었다. 되도록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게. 물론 마음도. "아무튼 이사는 하지 말고 생각해봐. 나와 그 사람을 동시에 얻으려는, 그런 잔인한 생각은 하지마." "잔인한 건 당신이지. 당신이 생각하는 내가 아니면 곁에 있지 말라니, 너무 이기적인거 아냐? 그래. 난 옛날에 그 사람을 좋아했어. 하지만 지금은 다카하시의 유지를 어떻게든 잇고 싶을 뿐이야. 그 마음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나도 몰라. 어쩌면 당신 말대로, 당신이 예상하는 대로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싫다면서 떠밀어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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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2)_밀란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2009.12.24. 리뷰보기zz 그렇다. 취리히에 남아 프라하에 혼자 있는 테레자를 상상하는 것은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오랫동안 동정심으로 고통을 받아야 했을까? 일생동안? 한 달 동안? 딱 일주일만? 어찌 알 수 있을까? 어떻게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까? 물리 실험 시간에 중학생은 과학적 과정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오직 한 번 밖에 살지 못하므로 체험으로 가정을 확인해 볼 길이 없고, 따라서 자기 감정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가 아파트 문을 연 것은 그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을 때였다. 카레닌이 반갑다고 얼굴까지 뛰어올라 만남의 순간이 보다 쉬워졌다. 테레자의 품안에 뛰어들고 싶은 욕망(취리히에서 자동차에 올라타는 순간까지도 느꼈던 이 욕망)은 완전히 사라졌다. 고통은 눈 덮인 들판 한 가운데서 마주 보고 서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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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3)_밀란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2009.12.24. 리뷰보기zz 독학자와 학교에 다닌 사람의 다른 점은 지식 쪽이 아니라 생명력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의 정도 차이다. 삶에 몰두하는 테레자의 정열은 프라하에서는 탐욕스럽고 동시에 깨지기 쉬웠다. 그녀는 어느 날 누군가가 “네 자리는 여기가 아니야! 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 라고 말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듯했다. 끊임없이 ‘신분 상승’을 원하는 자는 어느 날엔가 느낄 현기증을 감수해야만 한다. 현기증이란 무엇인가? 추락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튼튼한 난간을 갖춘 전망대에서 우리는 왜 현기증을 느끼는 것일까? 현기증, 그것은 추락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그 무엇이다. 현기증은 우리 발 밑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홀리는 공허의 목소리, 나중에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무리 자제해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추락에 대한 욕망이다. 프라하에서도 그녀가 토마시에게 의지하고 산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단지 심리적 의지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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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4)_밀란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2009.12.24. 리뷰보기zz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짐을 지고 견디거나 또는 견디지 못하고 이것과 더불어 싸우다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그런데 사비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무 일도 없었다. 그녀는 한 남자로부터 떠나고 싶었기 때문에 떠났다. 그 후 그 남자가 그녀를 따라왔던가? 그가 복수를 꾀했던가? 아니다.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지금까지는 배반의 순간들이 그녀를 들뜨게 했고, 그녀 앞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그 끝에는 여전히 또 다른 배반의 모험이 펼쳐지는 즐거움을 그녀의 가슴에 가득 채워 주곤 했다. 그러나 여행이 끝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모, 남편, 사랑, 조국도 없을 때 배반할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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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5)_밀란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2009.12.24. 리뷰보기zz 저주와 특권, 행운과 불운, 사람들은 이런 대립이 얼마나 서로 교체 가능한지를, 인간 존재에 있어서 양극단 간의 폭이 얼마나 좁은지를 이보자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는 없었다. 전체주의적인 키치왕국에서 대답은 미리 주어져 있으며, 모든 새로운 질문은 배제된다. 따라서 전체주의 키치의 진정한 적대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 셈이다. 질문이란 이면에 숨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무대 장치의 화폭을 찢는 칼과 같은 것이다. 사비나가 테레자에게 자기 그림의 의미를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앞은 이해 가능한 거짓말이고, 그 뒤로 가야 이해 불가능한 진실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그에게는 다른 가능성이 없었다. 그에게는 행동과 구경거리 사이에서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 그에게는 한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구경거리를 제공하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인간이 구경거리를 제공할 수밖에 없게 선고된 상황이 있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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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_밀란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발매 2014.07.23. 리뷰보기zz "아마 네 아버지는 스탈린에 대해 벌써 좀 회의적이었을테고, 네 세대는 더 했을거고, 우리 세대에서 그는 죄인중의 죄인이 됐지." "그래, 그렇지." 라몽이 말했다. "사람들은 살면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고, 다투고 그러지. 서로 다른 시간의 지점에 놓인 전망대에서 저 멀리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건 알지 못한 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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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로드 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1)_고미숙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작가 고미숙 출판 북드라망 발매 2015.06.07. 리뷰보기zz 대체 인생은 얼마나 많은 사건들을 길섶마다 숨겨둔 것일까. 그래서 인생이 곧 길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길을 떠나지 않았다면, 이 시간을 통과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마주치지 않았을 생의 국면들. 모든 기억은 원천적으로 날조다. 스스로에게 거는 주술이요, 판타지다. 사건은 끊임없이 흘러가는데 나의 시선은 한곳에 머무르려고 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사건들이 흘러가 버렸음을 깨닫고 소위 ‘진실’을 뒤쫓지만 늘 뒷북이요, 변죽이다. 아, 그렇다고 절망할 것까진 없다. 이런 식의 날조와 뒷북이야말로 삶의 대가이자 인간의 숙명이므로. 어쩌면 인간이란 사건과 기억, 주술과 진실 사이의 ‘밀당’을 즐기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밀당 속에서 문득 예기치 않은 ‘길’들이 출현하기도 한다. 나는 생각한다. 단언컨대, 최진실의 죽음은 성공신화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그리고 그것은 개인적 차원을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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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로드 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2)_고미숙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작가 고미숙 출판 북드라망 발매 2015.06.07. 리뷰보기zz 왜 우리는 목표가 원대하면 비장하고 엄숙해야 한다고 간주할까? 비장하고 엄숙하다는건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는 의미인데, 그건 단거리에서나 효과적일 뿐 장거리를 뛸 때의 자세는 아니다. 장거리를 뛰려면 가능한 한 힘을 빼야 하고, 힘을 빼는데는 유머가 최고다. 아니 힘을 빼야 유머가 생성된다. 힘을 뺀다는 건 각자의 개성과 차이들이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삼장법사는 나약하고 찌질하다. 하지만 구법에 관한 한 단호하기 이를 데 없다. 손오공은 성질이 불같지만 인정도 참 많다. 저팔계의 탐욕과 어리석음, 사오정의 줏대 없음 역시 아주 소중한 덕목이다. 왜냐고? 그게 바로 우리 중생들의 ‘꼬라지’ 이기 때문이다. 손오공; 기질적 속성으로 보자면, 금은 ‘숙살지기’이고, 화는 정념의 기운이다. 그래서 손오공은 인간이 겪는 번뇌의 원천인 ‘탐진치’ 가운데 ‘진심(嗔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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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로드 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3)_고미숙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작가 고미숙 출판 북드라망 발매 2015.06.07. 리뷰보기zz 초기 불교에 속하는 ‘위파사나’ 수행법은 ‘보면 사라진다!’가 기본 원리다. 욕망과 번뇌의 근원을 ‘있는 그대로’ 보면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요괴와 싸우기 위해선 마땅히 그것의 정체와 유래를 파악해야 한다. 모르는 상대와 싸운다는 건 맹목과 무지의 악순환이 될 터이니 말이다. 타인의 능력을 빼앗는데는 능하지만 뭔가를 창조하고 생성하는 건 역부족이다. 그래서 ‘반자연’이다. 니체가 말한 노예의 도덕이 이런 것일 터이다. 아무리 거대하고 강하다 한들 자신이 생성한 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리 작고 미미한 것일지라도 스스로 터득한 것이라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 이것이 자연의 원리다. 그래서 자연에는 대/소, 강/약의 척도가 아니라 스스로 생성할 수 있느냐/없느냐의 차이만이 적용된다. 주인이 될 것인가? 노예가 될 것인가? 요괴와 구도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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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로드 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4)_고미숙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작가 고미숙 출판 북드라망 발매 2015.06.07. 리뷰보기zz 조르바가 보기에 그 따위 이념과 주의는 ‘녹슨 고물 총’이나 다름없었다. 산전수전을 거치면서 소위 ‘시대정신’의 허구성을 똑똑히 목격한 탓이다 그것은 하나의 우상을 다른 우상으로 교체한 것에 불과하다. 왕권에서 민권, 봉건제에서 민족주의로 변화는 분명 대단한 진보다. 하지만 그렇게 등장한 ‘민권, 민족’이라는 이념 역시 힘과 권위를 확보하는 순간 또 하나의 우상으로 전락해버린다. 이념이건 종족이건 신이건 다 마찬가지다. 떠받드는 가치가 높을수록 노예의 사슬은 더 한층 길어질 따름이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건 국적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냐’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앞으론 그것도 상관하지 않을 작정이다. 왜냐면? 좋은 ‘사람’이건 나쁜 ‘놈’ 이건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누구든 마음속엔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사지를 뻗고 땅 밑에 누워 구더기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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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로드 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5)_고미숙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작가 고미숙 출판 북드라망 발매 2015.06.07. 리뷰보기zz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한 자유는 불가능하다. 그 정열이 나를 지배할 것이므로, 뭔가를 두려워하는 한 자유는 불가능하다. 불안과 공포가 나를 짓누를 것이므로. 욕망에도 두려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충만한 상태, 그것이 곧 자유다! 인간이 신을 경배하는 이유는 자신의 욕망을 관철하기 위해서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신도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신 노릇’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자유란 타인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것도, 타인에게 사랑과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다. 그 둘을 모두 벗어나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수평적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왜? 그것만이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므로. 내부에선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찰 수 있다. 그토록 대단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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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_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1 작가 레프 톨스토이 출판 민음사 발매 2009.09.04. 리뷰보기zz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그 순간, 갑자기 너무나 부끄러운 일을 들킨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그에게 일어났던 것이다. 그의 죄가 드러난 지금, 그는 아내 앞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어울리는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화를 내거나 부인하거나 변명하거나 용서를 빌거나 차라리 태연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어떻게 했든 그가 한 행동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대신, 그의 얼굴은 완전히 무의식적으로 (생리학을 좋아하는 스테판은 ‘뇌신경의 반사작용’ 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완전히 무의식적으로 갑자기 평상시의 선량한 미소를, 그 선량함 때문에 철없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스테판의 자유주의 성향은 극단적인 수준이 아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수하는 정도였다. 사실 그는 학문, 예술,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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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의 인생(1)_요시모토 바나나

데이지의 인생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09.11.27. 리뷰보기zz 아무리 신기하고 불가사의한 일이라도 그것이 흔해 빠진 일상에 묻혀 있으면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의미조차 부여하지 않게 마련이다. 때로 그런 일이 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카드 점에서 똑같은 카드가 몇 번이나 나오거나 산책을 하다가 깨진 거울을 세 번이나 보게 되는, 그런 경우. 과거를 재현했을 뿐이지만, 꿈에서는 감수성이 활짝 열려 있는 탓에 실제로 기억하는 옛날보다 소리와 색깔과 감정이 백배는 더 압도적이었다. 그 꿈속에서는 늘 마른 잎 냄새가 났다. 그리고 언제나 밤이었다. 흙과 향기로운 가을바람의 진수와 마른 공기가 빚어낸 나뭇잎 카펫 위에 나는 서 있었다. 달빛 어린 사방은 희붐하고, 군데군데 가로등 있는 곳만 강렬하게 빛나 보였다. 별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잎이 사락사락 소리를 내며 마치 물속을 흘러가듯 땅 위로 허공으로 날아다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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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의 인생(2)_요시모토 바나나

데이지의 인생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09.11.27. 리뷰보기zz 그때 나는 눈을 뜨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가 몸을 일으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왜 인지는 몰라도 알 수 있었다. 엄마의 기척. 길쭉한 얼굴과 하얀 손발. 아무튼 평소 엄마가 지닌 모든 요소가 바짝 다가왔다. 그 다음에는 엄마가 늘 사용하는 무화과 향수의 부드러운 향내가 풍겼다. 눅눅한 비 냄새에 섞여, 은은하게 풍겼다. 선율처럼 분명하게 나를 에워싸는 향내에, 화창한 햇살 속에 있는 듯한 행복한 감각이 순간적으로 찾아왔다. 그 향내는 나를 껴안고 위로했다. 그렇게 희미한데도, 그것은 비를 밀쳐내고 지금까지 있었던 행복한 일들로 나를 가득 채웠다. 말 없이 한동안 새 방의 공기를 음미했다. 얼마전까지 같이 살았는데, 이제는 계속 같이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이런 때의 어색함과 허전함은 둘에게서 말을 앗아간다. 음악만이 방에 비치는 햇살처럼 아름답고 달콤하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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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1)_ 기치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1 작가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출판 인플루엔셜 발매 2014.11.17. 리뷰보기zz (추천의 말 中)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한 ‘인정욕구’를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남의 이목에 신경 쓰느라 현재 자신의 행복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내가 아무리 잘 보이려고 애써도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니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 누구도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나만큼 오래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주관적 세계에 살고 있지. 객관적인 세계에 사는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보는 세계와 내가 보는 세계는 달라.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세계일테지. …우리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주관에 지배받고 있고, 자신의 주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네. 지금 자네의 눈에는 세계가 복잡기괴한 혼돈처럼 비춰질 걸세. 하지만 자네가 변한다면 세계는 단순하게 바뀔 걸세. 세계가 어떠한가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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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2)_ 기치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1 작가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출판 인플루엔셜 발매 2014.11.17. 리뷰보기zz 심한 열등감에 괴로워하면서도 노력과 성장 같은 건전한 수단을 이용해 보완할 용기가 없어. 그렇다고 “A라서 B를 할 수 없다.”라는 열등 콤플렉스도 더는 견뎌낼 수 없지. ‘못난 나’를 받아들일 수가 없거든. 그러면 인간은 더 값싼 수단으로 보상하려고 한다네. 마치 자신이 우월한 것처럼 행동하며 ‘거짓 우월성’에 빠지는걸세. 예를 들어 자신이 권력자와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짐짓 어필하는 걸세. 그를 통해 자신이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행세하지. 경력을 속이거나 옷이나 장신구 등 브랜드제품을 과시하는 것도 일종의 권위 부여이자 일부분 우월 콤플렉스라 할 수 있지. 어떤 경우든 ‘나’라는 존재가 우월하다거나 특별해서 그런 것이 아닐세. ‘나’와 권위를 연결시킴으로써 마치 ‘나’라는 사람이 우월한 것처럼 꾸미는 거지. 단 권위의 힘을 빌려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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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감는 새 _ 무라카미 하루키

태엽감는 새 1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2.09.30. 리뷰보기zz 현실이라는 것은 무척 민첩하고 재빠르다. 잘 표현은 할 수 없지만, 요즘엔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남자친구를 잠깐씩 생각하곤 해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사고의 충격으로 내 기억 같은 것이 이상하게 일그러져버렸는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이상한 일들 뿐이었어요. 가령 겨드랑이 밑의 역겨운 땀 냄새라든가, 구제불능의 나쁜 머리라든가, 이상한 곳에 기어들어가려고 하는 손가락이라든가 하는 것들. 그런데 우연찮게 나쁘지 않은 것도 조금씩 생각나기 시작했어요. 특히 머릿속을 텅 비우고 베이스에 머리카락을 부지런히 심고 있을 때 뜬금없이 그런 것들이 갑자기 되살아나는 거예요. 그래, 그래. 그랬었지. 틀림없이 시간이라는 것은 A B C D 하는 식의 순서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이리 왔다 저리 갔다가 하는 모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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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_파울로코엘료

브리다 작가 파울로 코엘료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0.10.20. 리뷰보기zz “그러니까, 어떻게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브리다가 말했다. 그녀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당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가 물었다. “내가 믿는 바를 좇는 거요.” 이 대답 말고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믿는 것을 좇아 달리며 살아왔다. 문제는 매일 다른 것을 믿는다는 데 있었다. ‘매번 이것저것 시작만 했다가 포기했잖아.’ 마음이 씁쓸했다. 삶이 그 사실을 곧 감지하고, 그나마의 기회들도 더 이상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늘 시작하자마자 포기하다보니 한 발도 제대로 내딛지 못한 채, 길이 막혀버리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원래 그랬고, 이젠 점점 나약해지는 것만 같았다. 변화를 시도할 자신감도 사라져갔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런 자신의 태도를 후회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잘못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을 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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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_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작가 로맹 가리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03.05.06. 리뷰보기zz 은다 아메데씨는 침대에 한쪽 발을 얹어 놓고 입에는 굵은 시가를 물고 있었는데, 아무데나 담뱃재를 털어대면서 편지에 쓸 내용을 지껄여댔다. 그는 머지않아 나이지리아로 돌아가서 부와 명예를 누리면서 살게 될 것이라고 쓰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정말로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철학자 흉내를 내느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암만 생각해도 이상한 건, 인간 안에 붙박이장처럼 눈물이 내포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원래 울게 돼 있는 것이다. 인간을 만드신 분은 체면 같은 게 없음이 분명하다. 하밀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도 읽었고 그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았는데, 내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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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여행_요시모토 바나나

매일이, 여행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17.09.22. 리뷰보기zz ‘사람이란 목소리와 얼굴과 말투와 모습에서 그 사람의 인생이 전부 드러나는 법이구나’ 하고 절실하게 생각했다. 기억의 마법은 끔찍하고, 그리고 또 멋지다. 여행은 인생을 몇 배는 풍요롭게 하는구나. 나는 아직 여행에 미숙한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흐름을 타고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수많은 일들이 절로 발생해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딱히 무슨 얘기를 나눈 것도 아닌데 간병의 피로가 싹 가셨다. 나는 키우는 개가 죽을 것 같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친구도 부인이 죽은 후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 인생에는 다양한 일이 많다는 것을 이미 아는 두 사람이 그냥 함께 시간을 보냈을 뿐이었다. 무엇을 나눈 것도 아닌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서글프고 괴로울 때일수록 즐거운 일이 더욱 즐겁게 느껴지니, 인생이란 참 공평하다. 아침에는 다 같이 몽골 민족의상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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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칭 1, 2 _김상운

왓칭 1 작가 김상운 출판 정신세계사 발매 2011.04.12. 리뷰보기zz 왓칭 2 작가 김상운 출판 정신세계사 발매 2016.01.22. 리뷰보기zz 부정적 감정의 자연 수명은 90초 – 부정적인 감정은 생각은 내 생존을 위해 생겨나는 것인 만큼, 그 존재를 인정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두뇌야 고마워. 내 생존을 위해 이런 소용돌이 감정을 만들어내다니. 어차피 몇 분 만에 사라지겠지? 나에게 오늘은 어떤 깨달음을 주려고 이런 감정을 선사하는 거니?” 싸움이 끝나고 나면 화를 터뜨렸던 쪽이 되레 자괴감과 패배감을 갖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싸움이나 비난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비난은 아주 쉽게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말고, 나 자신이 아무 존재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면 된다.” 하나의 동영상이 끝나면 또 다른 동영상이 나온다. 동영상이 나올 때마다 그 속에 뛰어들어 일희일비하면 인생이 고달파진다. 거꾸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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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12가지 인생의 법칙-혼돈의 해독제_조던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작가 조던 피터슨 출판 메이븐 발매 2018.10.30. 리뷰보기zz 불평등하고 고통스러운 삶은 아무리 원망해봤자 바뀌지 않는다. 불필요한 고통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훨씬 의미 있는 삶이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생의 수고로움을 덜고 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많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오늘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라. 귀찮아서 오랫동안 미뤄 둔 서류작업도 좋다. 어질러진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가족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 이 모두가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드는 일이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을 가치체계 가장 높은 곳에 두고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면 인생이 점점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경험은 신의 은총도, 행복도 아니다. 이런 경험은 알게 모르게 망가뜨린 삶에 대한 속죄다. 비정상적인 삶에 진 빚을 갚는 것이고, 참혹하던 홀로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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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어른이 된다는 건 _요시모토 바나나

어른이 된다는 건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15.10.16. 리뷰보기zz 이제부터 이 글을 통해 많은 말을 전하게 될 텐데, 딱 한가지 하고 싶은 말은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당신 자신이 되세요.”입니다. 그것이 여러분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니까요. 인간은 어렸을 때부터 사실 그렇게 변하지 않는 법이에요. 그래서 인생이란 멋진 것이기도 하지만요! 어른이 된 후에는 어린 시절을 되찾아 자신의 본디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단 어른이 되고 나면, 모든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어린 시절의 감각이죠. 인생을 헤쳐 나가기 위한 길잡이는 그것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몇 살이든 직업이 무엇이든 그건 다르지 않아요. 다만 어린 시절에 체험한 일의 가치와 자신이 원래부터 갖고 있던 것의 중요함은 어른이 되지 않고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으니, 인생이란 참 절묘한 것 같습니다. 괴롭고 힘겨운 일은 자신의 깊은 곳까지 뒤틀어놓기도 하고 그 당시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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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부의 추월차선_엠제이 드마코

부의 추월차선 작가 엠제이 드마코 출판 토트 발매 2013.08.20. 리뷰보기zz 돈을 잘못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돈으로 자유 대신 구속을 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부’와 ‘행복’은 같은 의미다. 단, 부의 의미가 올바르게 정의되었을 경우에만 그렇다. 사회는 부가 ‘물질’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 잘못된 정의 때문에 부와 행복을 잇는 다리가 무너져 버리곤 한다. 부유하지 못하다고 느끼면, 아마도 그 느낌에 계속 매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부유하다고 느끼게 해줄 만한 물건을 살 것이다. 사람들은 느낌, 존경, 자존심, 즐거움 등에 목말라한다. 그리고 칭찬과 사랑, 그리고 수용을 원한다. 당신이 이런 느낌들로부터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함정이 있다. 우리는 부의 잘못된 정의와 행복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그 결과로 인해 불행해진다. 돈은 올바르게 사용할 때 자유를 가져다준다. 자유는 부를 이루는 3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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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미래 모델링_비탈리 기베르트

미래 모델링 작가 비탈리 기베르트 출판 정신세계사 발매 2014.06.11. 리뷰보기zz 어떤 사람들은 궁전과 황금을 가지고도 집착 없이 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특정 대상 또는 경험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정작 그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최소한 ‘소유에 대한 두려움’에 집착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집착을 버리라는 동양의 가르침을 친근하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뭔가를 바라는 마음이 고통의 원인이라는 가르침을 보았을 때, 나는 그것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과 하나 됨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온 우주가 나의 소망을 실현시켜 주는 것은 또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그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소망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소망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소망을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집착 없이 소망을 실현하는 법을 배울 때, 당신은 최상의 행복을 얻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얻든 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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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시크하다 _ 조승연

시크:하다 작가 조승연 출판 와이즈베리 발매 2018.08.20. 리뷰보기zz “너는 샤워하다가 온수가 끊기는데 보일러 안 고치고 어떻게 그냥 살았니? 새걸로 바꿔!” 쓰던 물건이 고장 나면 ‘새것 사서 쓰면 되지’ 하는 편리한 생각은 한국이나 미국같은 풍요로운 소비 사회에 사는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주변 프랑스인들은 아예 못 쓰게 되지 않는 한 쓰던 물건을 굳이 새것으로 바꾸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보일러 교체 공사를 귀찮게 생각했고, 그렇지 않아도 지구에 넘쳐나는 쓰레기에 자기 집 보일러를 보태게 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다. 어머니는 고장난 보일러 때문에 난방이 되다 말다 하거나, 벽에 걸린 100년은 족히 되어보이는 거울이 뿌옇게 바랜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집이 가난해서 아들을 이런데 살게 하는구나.” “와우! 저 거울은 낡아서 멋있어진 것이니 그냥 놔둬.” 라고 말하던 프랑스인들이 익숙해진 나로서는 어머니가 문득 낯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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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해변의 카프카 (1)_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8.05.16. 리뷰보기zz 이 세상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는 힘들고 고독하지만, 그 기억의 원형에서는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선생님의 일관된 세계관에는 깊이 이해되는 바가 있습니다. 모든 일들이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그 큰 전쟁에 관한 일도, 돌이킬 수 없는 생사 문제도. 모든 일들이 먼 과거의 일이 되어갑니다. 나날의 삶이 우리 마음을 지배하고, 많은 중요한 일들은 차갑게 식어버린 오랜 별처럼 의식 밖으로 사라져갑니다. 우리에게는 일상적으로 생각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새로 배우지 않으면 안 될 일도 너무 많습니다. 새로운 양식, 새로운 지식, 새로운 기술, 새로운 말들 … 그러나 그와 동시에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도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절대로 망각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주춧돌처럼 자기 안에 남는 것이 있는 법입니다. 결코 마모되지 않는 기억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 숲에서 일어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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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해변의 카프카 (2)_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8.05.16. 리뷰보기zz “자네도 참 답답한 인간이군. 계시란 그런 거란 말일세.” 하고 샌더스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계시란 일상성의 테두리를 뛰어넘는 것일세. 계시 없는 인생이 무슨 인생이란 말인가! 다만 관찰하는 이성에서 행동하는 이성으로 뛰어 옮겨 가는 것, 그것이 중요하지.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나.” “다무라군, 나는 지금까지 너무 인생을 부질없이 소모해왔어. 나 자신을 마모시켜 온 거야. 사는 걸 마감해야 할 때 실행하지 않았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그만둘 수 없었어. 그 결과, 오로지 거기 있는 시간을 흘려보내기 위해 이치에 맞지 않는 일들을 계속 해왔지. 그렇게 해서 자신에게 상처 입히고, 자신에게 상처 입힘으로써 남한테 상처를 입혀왔어. 그래서 나는 지금 그 벌을 받고 있는 거야. 저주라고 해도 좋을지 몰라. 나는 어느 시기에 너무 완벽한 것을 손에 넣고 말았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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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서커스 나이트(1) _ 요시모토 바나나

서커스 나이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18.06.05. 리뷰보기zz 태어난 순간부터 미치루는 사토루의 생명이었다. 사토루는 미치루를 하루라도 더 보고 싶은 심정 하나로 선고받은 기간보다 이년이나 더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팔에 힘이 없어 더는 안을 수 없을 때까지 미치루를 안아주고 미치루의 조그만 볼에 뽀뽀를 했다. 그 우람하던 몸은 야위었지만, 미치루의 조그만 손을 그 큰 손으로 언제나 꼭 쥐고 있었다. 사람의 손이 사람의 손을 그렇게 꼭 감싸쥐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었다. 가장 부드러운 것을 소중하게 옮기는 듯한 그런 몸짓을 그는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미치루에게 해 주었다. 그런 순간마다 미치루에게 전해진 사토루의 힘을 나는 전부 보았다. 소망과 기도와 평생치의 사랑. 사토루는 그런 것들을 미치루에게 선물하고 떠났다. 나는 그것들을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맹세했다. 미치루는 너무 어려서 사토루를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미치루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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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서커스 나이트(2) _ 요시모토 바나나

서커스 나이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18.06.05. 리뷰보기zz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 또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한 번 어긋나면 그 어긋남이 일상에 섞이기 때문에 알 수 없어진다. 마치 우리가 신원을 안다고 해서 안심하고 사람의 뼈를 뒤적거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평범한 일상에 그런 일이 흔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해만 되면 받아들이고 만다. 그렇게 어긋나다가 어느 날 타인의 도움 없이는 벗어날 수 없는 장소에 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것은 보통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치루는 축복받은 아이야. 모두가 지켜주는 가운데 자기가 있다는 것, 이 세상에 살아도 된다는 것에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아. 그게 의외로 드문 일이라는 것도 잘 알아. 특히 요즘 세상에는.” 이치로의 생활은 상당히 차분해보였다. 나를 잃고, 대학을 졸업하고, 집안일을 거들고, 이곳에 자리잡고. 그렇구나, 어떤 역할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이렇게 차분해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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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서문>_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 출판 민음사 발매 2017.12.29. 리뷰보기zz 출간 10주년을 기념하며, 저자가 10년 전 자신의 글을 돌아보며 쓴 서문 中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점은 걸핏하면 ‘늙었다.’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이다. 내게는 그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 이 책에서 날 언급할 때 ‘늙었다’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자면, 여러분, 이 모험을 할 당시 나는 불과 서른넷이었다. 지금 내게 서른넷은 미취학 아동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노파가 된 심정이었던 모양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지부조화다. 왜냐하면 현재 난 46인데 늙었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8km를 달렸고 아픈 곳은 하나도 없다. 어젯밤에는 아기처럼 잘 잤다. 약도 전혀 먹지 않는다. 오늘 하루, 이번 주, 올 한 해가 어떻게 펼쳐질지 두근두근하다. 아마도 이런 열정과 생동감이야말로 ‘젊음’의 가장 핵심적인 정의일 것이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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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1)_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 출판 민음사 발매 2017.12.29. 리뷰보기zz 요가의 방침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갖는 태생적 결함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 태생적 결함이란, 극도로 간단히 정의하자면 만족을 유지할 줄 모르는 가슴 아픈 무능력이다. 지난 수세기동안 여러 학파는 인간의 이런 선천적인 결함을 각기 다르게 설명해왔다. 도교에서는 이를 불균형이라 하고, 불교에서는 무지라 하며, 이슬람교에서는 인간이 신에게 반항했기 때문이라 하고, 유대 기독교는 인간의 모든 고통을 원죄로 돌린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불행은 타고난 욕구와 문명의 필요가 충돌해서 생긴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말한다. (심리학자인 친구 데버라의 설명대로 ‘욕망은 예정된 결함’인 것이다.) 그러나 요기들은 인간의 불만족은 자신의 정체성을 오해한 결과라고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가 그저 두려움과 결함, 분노, 언젠가는 죽어야 할 운명을 지닌 보잘 것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행하다. 한정된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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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2)_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 출판 민음사 발매 2017.12.29. 리뷰보기zz 나는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은 방법으로 미친 듯이 마음의 평화를 찾아다녔고, 그로 인해 성취하고 얻은 것은 결국 약발이 떨어졌다. 인생이란 죽을힘을 다해 쫓아가면 결국엔 우리를 죽음으로 몰고 가기 마련이다. 강도를 쫓듯이 시간을 쫓으면 시간은 강도처럼 늘 우리보다 한 발 앞서서 교묘히 빠져나갈 것이다. 이름과 머리 색깔을 바꾸고, 우리가 다시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모텔 로비를 가로지르면 이미 뒷문으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우리를 조롱하듯 아직 타고 있는 담배만 재떨이에 남긴 채. 어느 순간이 되면 그냥 멈춰야 한다. 이 숨바꼭질은 절대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고, 그걸 기대해서도 안 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리처드가 계속 말했듯이, 어느 순간이 되면 그냥 놓아버리고 가만히 앉아 만족감이 찾아오도록 허락해야 한다. 운명 역시 연인 관계와 같다. 운명은 신의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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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3)_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 출판 민음사 발매 2017.12.29. 리뷰보기zz “여러 종교에서 내가 필요한 부분만 골라낼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나는 그 말은 동의할 수 없다. 영혼을 움직여 신 안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기가 원하는 부분만 골라내서 취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속세에서 벗어나 위로받고 싶을 때마다 우리를 피안으로 데려다 줄 메타포를 얼마든지 찾아다닐 수 있다. 그건 전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이는 곧 신을 추구해 온 인류 역사다. 신을 향한 탐험이 진화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많은 인간들이 이집트의 황금 고양이 조각상이나 숭배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종교적 사고의 진화는 종교에서 좋은 부분만 골라낸다는 생각을 통해 가능해졌다. 어디에서든 자신에게 효과가 있다면 무엇이든 선택해 계속 빛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의 말로는 자신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매일 잠들기 전에 명상을 하며 우주의 건강한 에너지를 중심부로 끌어들이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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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행복해질 용기(1) _ 기시미 이치로

행복해질 용기 작가 기시미 이치로 출판 더좋은책 발매 2018.09.10. 리뷰보기zz “인생이 복잡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인생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행복한 삶을 방해한다. 인생에 대한 ‘의미 부여(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면 세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해진다.” ‘의미 부여’라는 것은 인생이나 세상 혹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허나 이것은 괴로운 인생이 마음가짐에 따라 즐거워진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면 현실과 상관없이 주관적으로 행복을 느끼기만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행복을 느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지 못한다면, 대체 누가 자신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가?’ 라는 유대교의 격언이 있다. 지금 이대로의 자기 모습을 지키겠다고 결심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지킨다는 것은 어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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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행복해질 용기(2) _ 기시미 이치로

행복해질 용기 작가 기시미 이치로 출판 더좋은책 발매 2018.09.10. 리뷰보기zz 우리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한, 인생의 반환점이 정확하게 어느 지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70~80년을 살아왔다면 확실히 반환점을 돌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미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는지도 모른다. 병에 걸리면 인생을 이처럼 선분으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던 미래가 어쩌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는 현실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시작점과 끝점이 있는 운동이 아니라, 춤을 추는 것 같은 에네르게이아의 운동, 즉 어딘가에 도달한다는 목적이 없는 운동이다. 매 순간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자체’ 가 삶이다. 인생을 갑자기 마감하게 된 사람은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도중에 좌절하고 만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도중’ 이라는 표현은 인생을 공간적으로 파악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삶은 에네르게이아로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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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1) _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작가 류시화 출판 더숲 발매 2017.02.25. 리뷰보기zz 시인은 다른 시인을 대변할 수 없고, 작가도 다른 작가를 대신할 수 없다. 모든 시는 존재하지 않는 시였으며, 모든 책은 존재하지 않는 책이었다. 작가든, 독자든, 지금 살아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나가는 일이다. 타인의 기대나 정답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답을. 어느 날 삶이 말을 걸어올 때, 당신은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어떤 상실을 겪고 아픔의 불을 통과했다해도 삶에게 예라고 말할 수 있는가? 계속 거부당해도 삶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가?. 우리 안에는 새로워지려는, 다시 생기를 얻으려는 본능이 있다. ‘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자기 안에서 깨우려는 의지가.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아 회복의 장소를 찾고 있으며, 삶에 매몰되어 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치유하고 온전해지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모든 과정과 순간순간이 목적지’ 라는 말은 트레킹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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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2) _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작가 류시화 출판 더숲 발매 2017.02.25. 리뷰보기zz 여행이 내게 준 선물은 삶과 세상에 대한 예찬, 그것이다.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자드는 말한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고, 아침을 바라볼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안다는 확실한 착각 때문이다.’ 라는 말은 진리이다. 자세히 볼수록 더 모르게 된다. 그것이 존재의 신비다. 한 존재를 아는 것은 한 세계를 끌어안는 일이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그 무한한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름과 성별과 직업으로 분류하고 규정짓는 순간, 나는 그 무한한 세계를 사랑하기를 포기한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그냥 ‘그대’라고 불렀다. 그 자체로 존중이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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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기사단장 죽이기 _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세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7.07.12. 리뷰보기zz 아홉 달 남짓 – 이 시간이 이별의 기간으로 길었는지 짧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영원에 가까웠던 것 같기도 하고, 의외로 순식간에 흘러간 것 같기도 하다. 인상은 그 날 그 날 바뀐다. 종종 사진을 찍을 때 실제 크기를 가늠할 셈으로 피사체 옆에 담뱃갑 따위를 놔두곤 하는데, 내 기억의 영상에 놓인 담뱃갑은 기분에 따라 멋대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 같다. 아마도 사물이나 현상이 쉼 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혹은 그에 대항하듯이, 내 기억 속에는 고정불변이어야 할 잣대마저 움직이고 변화하는 모양이다. 물론 모든 기억이 아무렇게나 이동해서 멋대로 수축하거나 확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 인생은 기본적으로 평온하고 모순 없이, 대체로 이치에 맞게 기능해왔다. 다만 이 아홉 달여에 한해서는 도무지 설명할 길 없는 혼란에 빠졌다는 이야기다. 그 기간은 내게 여러 의미에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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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히피 _ 파울로 코엘료

히피 작가 파울로 코엘료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8.12.05. 리뷰보기zz 여행이 끝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힘이 한계에 이르렀고 내 앞의 길은 가로막혔으며 음식은 소진되어 이제 조용한 어둠속으로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를 향한 당신의 끝을 모르는 의지를 발견합니다. 낡은 언어들이 혀끝에서 소멸되고 새로운 선율들이 심장에서 솟구칩니다. 그리하여 낡은 길들이 자취를 감추는 곳에 새로운 나라가 황홀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기탄잘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이는 주위를 둘러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신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인간의 눈에 보이는 곳에 두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태양의 전통’이다. 태양의 전통은 모두의 전통이다. 연구자들이나 종교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만인을 위해 존재한다. 힘은 인간이 지나는 길 위의 온갖 사소한 것들 속에 있다. 세상은 진실한 교실이다. 지고의 사랑이 당신이 살아있음을 알고서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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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N.P _ 요시모토 바나나

N.P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16.03.31. 리뷰보기zz 보고 있는 이쪽의 눈길이 슬쩍 저 멀리 물러나 신의 시선이 되는 듯한, 행복과 우울함이 하나로 녹아든, 영원한 저녁 풍경이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자, 방 안의 고요함이 또렷한 윤곽을 띠고 밀려왔다. 하루가 시작되기 전의 파랑. 그는 명료하지 않게 닫혀있었다. 그것은 무언가에 짓눌려 뒤틀리고만 운명 속에서 온 힘을 다해 자존심을 지켜온 사람만이 지니는 특유의 것이다. 예전에는 없었던 감촉이다. 말이 소리가 되지 않으면서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말의 배경이 되는 색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언니가 나를 상냥하게 대할 때, 나는 언니를 분홍색 밝은 빛의 이미지로 파악했다. 영어를 가르치는 엄마의 말과 눈길은 차분함 금색, 길거리에서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손바닥을 통해서 짙은 노란색 기쁨이 전해졌다. 그렇게 느끼며 살다보니, 언어가 지닌 한계가 강압적으로 느껴졌다. 아직 어릴 때였으니까, 몸으로 안 것이리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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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당신이 옳다 (1) _정혜신

당신이 옳다 작가 정혜신 출판 해냄출판사 발매 2018.10.10. 리뷰보기zz 사회적으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깊은 상처부터 순식간에 온 삶이 뻘 속에 패대기쳐진 트라우마 피해자의 상처를 동시에 만나면서 깨달았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도 어떤 외부적인 조건과도 무관하게 작동하는 인간 마음의 본질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을. … 사람의 삶에 마지막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부적 환경이나 상황 등 그들의 조건이 아니라 그 사람 존재 자체다. 막대한 명예나 부를 일군 사람이든 비극적인 트라우마 피해자든 그들의 외적 조건 이전에 그들이 한 명의 개별적 존재라는 사실에 오롯이 집중하다 보면, 그들의 존재 내면에서 그들이 살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나는 돌에 새기듯 깨달았다. 두 집단을 양극단으로 해서 그 사이 어느 지점에 속하는 보통사람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는 진실이다. 우리 사회에는 노인을 바라보는 양극단의 시선이 있다. 한 축은 노인에 대한 폄하다. 노인을 현실 감각을 잃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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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당신이 옳다 (2) _정혜신

당신이 옳다 작가 정혜신 출판 해냄출판사 발매 2018.10.10. 리뷰보기zz 자기 존재와 그 느낌을 만나고 공감 받은 사람은 특별한 가르침이 없어도 자신에게 필요한 깨달음과 길을 알아서 찾게 된다. 그것이 정확한 공감의 놀라운 힘이다. 사람 마음은 외부에서 이식된 답으로는 절대 정돈되지 않는다. 답은 밖에서 오지 않고 언제나 내 안에서 발견돼야 내게 스미고 적용된다. 자기가 처한 상황의 실체, 자기 마음의 실체를 하나하나 또렷이 보고 느끼면서 자기 상황에 대한 심리적 조망권을 확보해야만 마음이 정돈되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는 공감자가 되기 위해선 그의 마음에 대해 ‘그’에게 물어야 한다. 돕는 자로서의 ‘내’ 견해를 말하거나 주장하기보다 ‘그’에게 주목하고 그의 마음에 대해 그에게 물어야 한다. 그만이 아는 그의 마음에서 혼돈을 끝낼 그만의 길이 나온다. 당사자가 그것을 속속들이 느끼고 만질 수 있을 때까지 그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이 공감자의 일이고 그것이 치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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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고민하는 힘(1) _ 강상중

고민하는 힘 작가 강상중 출판 사계절 발매 2009.03.27. 리뷰보기zz 앞에서 말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경험하기 이전의 나는 ‘자기중심주의’에 푹 빠져 있던 사람입니다. 얼핏 보면 순진무구한 청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자기가 쌓아올린 작은 성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밖을 향해 뚫어 놓은 구멍을 통해서 바깥세계를 바라보며 모든 인간을 의심하고 오로지 자기 일에만 열을 올리던 거의 ‘나르시스트’와 비슷한 자기중심주의자였던 것이지요. 그러니까 해가 뜨든 날이 저물든 머릿속에 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자아가 비대해질수록 자기와 타자의 사이는 이어지기 힘들어집니다. 자아라는 것은 자존심이기도 하고 에고이기도하기 때문에 자기를 주장하고 싶고, 지키고 싶고, 부정당하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그러나 타자 또한 비슷한 자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역시 주장하고 싶고, 지키고 싶고, 부정당하고 싶지 않아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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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고민하는 힘(2) _ 강상중

고민하는 힘 작가 강상중 출판 사계절 발매 2009.03.27. 리뷰보기zz 막스베버는 끝이 없는 과학의 진보를 보며 지성이 전문적으로 분화하고 파편화되며,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와 같은 절실한 ‘의식 문제’가 점점 비합리적인 결단의 영역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가 예상한 것은 이른바 “유뇌론적 세계‘입니다. 오만하며 인간중심적이고, 게다가 맥락이 없는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사회. 그것이 자연의 영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제멋대로인 인간의 뇌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세계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주위에 있는 세계가 아닐까요? 막스베버는 ‘지’라는 것이 가치에서 떨어져 나가 전문적으로 분화되고 그를 통해 반대로 개인의 주관적 가치는 객관적 근거를 갖게 되고, 그 결과로 대립되는 여러 가치들이 영원히 다투게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막스베버는 그것을 ‘신의 투쟁’이라고 불렀습니다. 해답이 없는 물음을 가지고 고민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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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고민하는 힘(3) _ 강상중

고민하는 힘 작가 강상중 출판 사계절 발매 2009.03.27. 리뷰보기zz 무언가를 선택 하려고 할 때마다 자아와 마주쳐야 하고, 그때마다 자기의 무지와 어리석음, 추함, 교활함, 연약함 등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점에서는 역설적일지도 모르겠지만 “현대인은 마음을 잃었다”라는 말이 틀렸고 오히려 전근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마음을 잃고 살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무엇을 하든, 무엇을 믿든 자유’ 라는 말은 사실 괴로운 말입니다. 넓은 들판에 혼자 남겨지면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미아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덮쳐 오겠지요. 위의 말은 그런 상황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들의 집적이며, 그것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믿고 해답을 발견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의식을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사람은 믿고 있는 것에서 사물의 의미를 얻습니다. 의미를 얻지 못하면 사람은 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위한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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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고민하는 힘(4) _ 강상중

고민하는 힘 작가 강상중 출판 사계절 발매 2009.03.27. 리뷰보기zz 상대를 일방적으로 열애한 경우 상대를 자기 속에 받아들여 하나로 융합시키고 싶어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에고이즘적 사랑의 극치는 ‘상대를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사랑이다”라고 의견을 내놓지만 사랑에는 형태가 없기 때문에 내놓고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사랑은 어떤 개인과 어떤 개인 사이에 전개되는 ‘끊임없는 행위의 결과’이기 때문에 한쪽이 행동을 취하고 상대가 거기에 응하려고 할 때 그 순간마다 사랑이 성립되는 것이며, 그런 의지가 있는 한 사랑은 계속될 것입니다. 빅터 E.프랭클은 사람들이 고뇌에 견디는 힘을 많이 지니고 있지만, 의미 상실에는 견디지 못한다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살아갑니다. 물론 하나하나의 의미를 생각하며 사는 것은 아니고 의미를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무의식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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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1) _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작가 류시화 출판 더숲 발매 2019.03.11. 리뷰보기zz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한 시기였다. 졸업을 얼마 앞두고 있었지만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더 힘들게 느껴져,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앞이 내다보이지 않았다. 그 불안감을 가중시키며 저 앞에서 강물이 너울거리고 있었다. 그때,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업는 두려움 속에서 나를 구원한 것은 다름아닌 나 자신이었다. 낡은 창고 앞에 서서 위협하듯 불어 오르는 강물을 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는 시인이 아닌가!’ 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모든 상황이 시를 쓰고 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경험해야 하는 일들로 여겨지고 삶의 의지가 다시 솟았다. 자신의 소명을 사랑하면 필시 세상도 사랑하게 된다. 그 밤에 비를 맞으면서 나는 온 영혼을 다해 소리 내어 시를 외웠다. 그리고 나 자신이 ‘오갈 데 없는 처지’ 라거나 ‘공동체에서 쫓겨난 마귀’ 가 아니라 시인이라고 생각하자 얼굴을 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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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2) _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작가 류시화 출판 더숲 발매 2019.03.11. 리뷰보기zz 안전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는 순간 삶은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뜨린다. 파도가 후려친다면,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이다. 어떤 상실과 잃음도 괜히 온 게 아니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만약 우리가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다면, 전체 이야기를 안다면, 지금의 막힌 길이 언젠가는 선물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게 될까? 그것이 삶의 비밀이라는 것을.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지나간 길이 아니라 지금 다가오는 길이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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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3) _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작가 류시화 출판 더숲 발매 2019.03.11. 리뷰보기zz 자신안의 레푸기움. 자신의 탑을 갖는 일은 중요하다. 그곳이 돌집이든 소나무 숲이든 바닷가 외딴곳이든, 주기적으로 찾아가 분산된 감각을 닫고 자신의 영혼에 몰두하는 장소를 갖는 일은. 그것은 떠남이자 도착이다. 그곳에서 당신은 다른 사람이 되기를 멈추고 오로지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자신의 본얼굴을 감추느라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자신의 레푸기움에서는 타인을 위해 표정을 꾸밀 필요가 없으며, 외부의 지나친 소란으로부터 자신의 영혼을 지킬 수 있고, 당신을 움켜쥐었던 세상의 요구에서 벗어난다. 그때 당신은 내면의 성소와 연결된다. 그것은 지혜와 신뢰의 순간이고, 얼음이 아니라 물이 되는 순간이다. 내면의 성소에서 당신은 힘의 원천과 연결되어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온다. 당신은 단단히 오므렸던 봉오리를 열고 자신의 향기를 숨 쉰다. 엘리자베스 아펠이 시에 썼듯이 ‘꽃을 피우는 위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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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4) _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작가 류시화 출판 더숲 발매 2019.03.11. 리뷰보기zz “나는 이 유리잔을 좋아한다. 이 유리잔으로 물을 마신다. 이 유리잔은 놀라울 만큼 훌륭하게 물을 담고 있으며, 햇빛을 아름답게 반사한다. 두드리면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낸다. 그러나 나에게 이 유리잔은 이미 깨진 것과 같다. 언젠가는 반드시 깨질 것이기 때문이다. 선반에 올려놓았는데 바람이 불어 넘어지거나 내 팔꿈치에 맞아 탁자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면 유리잔은 산산조각이 난다. 나는 그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여긴다. 이 유리잔의 속성 안에 ‘필연적인 깨어짐’이 담겨 있다. 그것은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유리잔이 이미 깨져있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이해할 때, 그것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해진다. 그것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 그 유리잔처럼 나의 육체도, 내 연인의 육체도, 이미 부서진 것과 마찬가지임을 알 때 삶의 매 순간이 소중해진다. 소중함과 가치가 두려움과 슬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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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5) _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작가 류시화 출판 더숲 발매 2019.03.11. 리뷰보기zz 힌디어에 ‘킬레가 또 데켕게’라는 격언이 있다.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 when it flowers, we will see.’ 라는 뜻이다. 지금은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설명할 길이 없어도 언젠가 내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으면 사람들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므로. 독일 시인 라이너 쿤체는 썼다. 꽃피어야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인내는 단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인내는 앞을 내다 볼 줄 알고 살아가는 일이다. 가시를 보고 피어날 장미를 아는 것이고, 어둠을 보고 떠오르는 보름달을 아는 것이다. 세상을 한 번 들러보라. 완벽한 곳은 없다. 또한 아무리 부정하거나 외면하려해도 아름다운 것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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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달의 궁전 _ 폴 오스터

달의 궁전 작가 폴 오스터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0.03.15. 리뷰보기zz 외삼촌은 자기에게 야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세상에 음악 이외의 다른 것들도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그런 것들이 너무 많아서 때로는 그런 것들에 치일 지경이었다. 그는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으면서도 늘 다른 생각을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떤 곡을 연습하려고 자리에 앉았다가도 머릿속에 떠오른 체스 문제를 풀려고 일어서지 않을 수 없었고, 체스를 하다가 시카고 커브스의 실책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야구 경기를 관람하다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어떤 대수롭지 않은 인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와서는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한지 채 20분도 안되어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는 어디에 있건 또는 어디로 가건 항상 말을 잘 못 옮긴 체스며, 반쯤 읽다 만 책 같은 것으로 혼란스러운 흔적을 남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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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사피엔스(1) _ 유발하라리

사피엔스 작가 유발 하라리 출판 김영사 발매 2015.11.24. 리뷰보기zz 고타마는 다음과 같이 통찰했다. 마음은 무엇을 경험하든 대개 집착으로 반응하고 집착은 항상 불만을 낳는다. 마음은 뭔가 불쾌한 것을 겪으면 그것을 제거하려고 집착하고, 뭔가 즐거운 것을 경험하면 그 즐거움을 지속하고 배가하려고 집착한다. 그러므로 마음은 늘 불만스럽고 평안에 들지 못한다. 이 사실은 우리가 고통 같은 불쾌한 경험을 할 때 매우 분명해진다. 고통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불만스럽고,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즐거운 일을 경험해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즐거움이 사라질까봐 두려워하거나 더 커지기를 희망한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를 몇 년씩 꿈꾸지만, 실제로 찾았을 때 만족하는 일은 거의 없다. 상대가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가 하면 좀 더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있었는데 너무 값싸게 안주했다고 느낀다. 심지어 용케 둘 다를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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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사피엔스(2) _ 유발하라리

사피엔스 작가 유발 하라리 출판 김영사 발매 2015.11.24. 리뷰보기zz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수백만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 우리는 스스로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생각하면서 살아가도록 설계되었지만, 불과 2세기 만에 우리는 소외된 개인이 되었다. 문화의 무시무시한 힘을 이보다 더 잘 증언하는 사례는 없다. 오늘날 부모의 권위는 완전히 후퇴했다. 젊은이들은 연장자의 말을 따를 의무가 점점 줄고 있고, 이에 비해 부모들은 자녀의 삶에서 무엇이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비난을 받는다. 엄마와 아빠는 스탈린 치하의 여론조작용 재판에 출석한 피고인처럼,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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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환상의 책 _ 폴 오스터

환상의 책 작가 폴 오스터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3.12.30. 리뷰보기zz 자기만의 앨커트래즈(교도소)에 갇힌 채 그는 자신의 생존 조건을 생각해 보기 위해, 그의 영혼에 새겨진 끈질기고 가차 없는 아픔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면서 몇 년 이라는 구속기간을 보냈다. 그리고 앨머의 말에 따르면 그 엄격한 지적 훈련이 그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얼마간 떨어져서 보는 법, 무엇보다도 자신을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있는 한 인간으로서, 그 다음에는 하잘것없는 물질 입자들의 집합체로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한 점 티끌로 보는 법을 배웠는데, 앨머는 그가 본래의 입장에서 점점 더 멀어질수록 탁월한 인격을 갖추는 일에 점점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녀를 계속 바라보는 사이 나는 그녀가 정신력으로 결국은 육체를 지배하게 된 그런 보기 드문 사람들 중의 하나임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노령도 그런 사람들을 약화시키지는 못한다. 육신을 늙게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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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말의 품격 _ 이기주 / 말이 무기다 _ 우메다 사토시

말의 품격 작가 이기주 출판 황소북스 발매 2017.05.29. 리뷰보기zz “내부족자 기사번 심무주자 기사황” (內不足者 其辭烦 心無主者 其辭荒)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말이 무기다 작가 우메다 사토시 출판 비즈니스북스 발매 2017.07.31. 리뷰보기zz 내면의 말에 의식을 집중하면 자기 생각의 경향을 파악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대책을 세울 수도 있다. 나아가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나의 가치관, 인간성과 대면할 수 있게 해준다. 말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힘이다. 자주성을 끌어내지 못하고 상대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자기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순전히 자기에게만 득이 되는 일일 뿐 상대에게는 성가시기 짝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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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쇼코의 미소 _ 최은영

쇼코의 미소 작가 최은영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9.06.20. 리뷰보기zz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 애가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쇼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쇼코에게 내가 어떤 의미이기를 바랐다. 쇼코가 내게 편지를 하지 않을 무렵부터 느꼈던 이상한 공허감. 쇼코에게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정신적인 허영심. 나는 쇼코에게 나의 대학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 와세다 대학에 합격했는데 가지 못했다고? 할아버지의 투석치료 때문이라고 들었었어. 따위의 말들을 아무 생각도 없이 내뱉었다. 말을 하면서도 내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고 느꼈고 그 두렵고도 흥분되는 기분에 취해서 더 많은 선들을 건너버렸다. 어디로 떠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그렇게 박혀버린 삶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의 맨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았다. 꿈.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들을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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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주주 _ 요시모토 바나나

주주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19.05.30. 리뷰보기zz 말로 하지 않아도, 적당한 거리에서 함께 살고 일하는 가운데, 몸과 영혼이 제멋대로 얘기를 나눈다. 마음이 넓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주 쪽으로. 별이 있는 저 먼 위쪽으로. 들이 쉰 공기의 양만큼 마음은 저 멀리 갔다가, 내쉰 만큼 다시 돌아온다. 나는 갑자기 한가해진 그 시간에 동네를 느긋하게 산책하는게 좋았다. 자세히 보면 매일 갖가지 일이 벌어진다. 동네 안에서 생기는 조그만 변화가 큰 변화로 이어지는 흐름이 파도 같아 좋았다. 하마씨가 죽을 때까지 이 모퉁이에 서서, 들어오는 차를 유도해 줄 것이라고 모두가 굳게 믿고 있다. 인간이며 풍경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행복한 일이라고 여겨 아무도 그를 훈계하려 하지 않았다. 이곳은 그렇게 미지근한 물처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런 가운데, 간혹 살고 죽는 문제가 있어 공기가 움직인다. 언젠가 나도 그렇게 죽어서, 동네의 젊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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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하루의 취향 _ 김민철

하루의 취향 작가 김민철 출판 북라이프 발매 2018.07.31. 리뷰보기zz 물건은 기억한다. 잊고 싶어 구석에 숨겨놓은 나를, 꼭 기억하려고 잘 보이는 곳에 뒀지만 결국 잊어버린 나를. 가장 반짝이던 순간의 나를, 가장 찌질한 순간의 나를, 조금 화려하고 싶어 용기를 냈지만 결국 구석에서 말없이 앉아있어야만 했던 순간의 나를, 초라한 기분을 없애기 위해 영양가 없는 쇼핑을 해대던 나까지. 잠시나마 잘나가던 나를 빛바랜 채로 기억하는 목걸이도 있고, 결국 선을 넘지 못한 나를 기억하는 등 파인 원피스도 있는 것처럼. 그리하여 차마 버리지 못해 집 안 구석구석 쌓여 있는 물건들의 기억을 읽다 보면 집 전체가 기억의 박물관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결국 각각의 물건들이 뭘 기억하게 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행복일수도 있고, 이별일수도 있고, 후회일 수도, 이불킥일 수도, 간지러움일 수도 있다. 바라건대 그 기억이 미련만은 아니었음 좋겠다. ‘그때 해볼걸.’ ‘생각해보면 그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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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하얀 강 밤배 _ 요시모토 바나나

하얀 강 밤배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 민음사 발매 2017.01.25. 리뷰보기zz 「하얀 강 밤 배」 옆에 애인이 있든 없든, 나는 술 취해 걷는 밤길을 좋아한다. 달빛이 거리를 비추고, 건물의 그림자가 한없이 이어진다. 내 발소리와 먼 자동차들의 소리가 어우러진다. 도시의 밤은 하늘이 밝아서, 왠지 모르게 불안하면서도 안심이 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내내 전화만 기다리던 내게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상당한 고통이었다. 고작 사흘 연수를 받고 고작 사흘 일하면 그만인데,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을 해도 잠이 쏟아져 녹아버릴 것 같았고, 비슷한 나이의 여자들이 섞여 있다는 것도, 한꺼번에 많은 것을 기억해야 되는 것도, 설명문을 외워야 하는 것도, 서서 일하는 것도, 악몽처럼 힘겨웠다. 아무것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거절하지 못한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런 한편 나는 아주 짧은 시간에 자신의 많은 것들이 얼마나 퇴화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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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삶으로 다시 떠오르기(1) _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작가 에크하르트 톨레 출판 연금술사 발매 2013.08.15. 리뷰보기zz 에고가 아니라, 그 깊은 곳에 있는 진정한 자기 자신에 눈 뜨는 일. 나의 생각, 감정, 감각, 경험은 내가 아니다. 그저 존재함의 기쁨이 곧 나이다.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해 규정짓는 것을 중단하라. 그래도 당신은 죽지 않는다. 오히려 살아있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에고는 소유와 존재를 동등하게 여긴다. “나는 소유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더 많이 소유할수록 우리는 더 많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에고는 비교를 먹고 산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가를 결정한다. 그러나 외부의 대상들 속에서 자신을 찾는 것은 언제나 실패로 끝난다. 에고의 만족은 수명이 짧고,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찾고 계속해서 사고 소비한다. 또한 에고의 가장 큰 병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과거나 미래에서 찾고 현재의 순간을 무시하는 것이다. 남루하기 그지없는, 이 에고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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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삶으로 다시 떠오르기(2) _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작가 에크하르트 톨레 출판 연금술사 발매 2013.08.15. 리뷰보기zz 영적인 깨달음은 내가 지각하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내가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지나가버리는 그 모든 것들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는 것이다. 이 ‘환상의 나’를 버렸을 때 남는 것은 그 안에서 지각과 경험과 생각과 감정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의식의 빛이다. 그것이 바로 더 깊은 곳에 있는 나, 진정한 나, ‘순수한 있음’이다. 나 자신이 그것임을 알 때,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고, 단지 상대적인 중요성만을 지니게 된다. 그 일을 존중하기는 해도 절대적인 심각성과 중압감은 사라져 버린다.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물질이라도 모든 구조물. 즉 모든 형상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받아들이면 평화가 당신 안에서 일어난다. 모든 형상의 무상함을 알아차림으로써 자기 안의 형상을 초월한 차원에 눈을 뜨기 때문이다. 그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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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삶으로 다시 떠오르기(3) _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작가 에크하르트 톨레 출판 연금술사 발매 2013.08.15. 리뷰보기zz → 감정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은 무엇이든 고통체의 먹이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체는 부정적인 생각 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드라마에 의해 커진다. 고통체는 불행에 중독된 병이다. → 일단 불행에 지배되면 당신은 그 불행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자신과 똑같이 비참해지기를 원한다.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다. → 생각이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지만 고통체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거꾸로 된 방식이다. 고통체로부터 나온 감정이 빠르게 당신의 생각을 지배하며, 일단 마음이 고통체에 사로잡히면 생각은 부정적이 된다. 그때 머릿속 목소리는 당신 자신과 당신의 삶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 대해, 과거와 미래에 대해, 혹은 상상 속 사건들에 대해 슬프고 불안하고, 화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목소리는 비난하고, 잘못을 따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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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삶으로 다시 떠오르기(4) _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작가 에크하르트 톨레 출판 연금술사 발매 2013.08.15. 리뷰보기zz 자신에게 자주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 있다. “나는 현재의 순간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그리고 그 해답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깨어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삼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장애물로 보고 있는가? 나는 혹시 그것을 적으로 취급하지는 않는가? 현재의 순간만이 당신이 유일하게 소유할 수 있는 것이므로, 또한 삶은 ‘지금’과 분리시킬 수 없으므로, 그 질문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은 이것이다. “나는 삶과 어떤 관계인가?” 존재하는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 뿐이다. 삶은 언제나 ‘지금’이다. 당신 삶의 모든 것이 이 끝없는 ‘지금’에서 펼쳐지고 있다. 과거나 미래의 순간들도 당신이 기억하거나 기대할 때만 존재하며, 그것도 유일하게 존재하는 순간인 지금 이 순간에 당신이 그것들에 대해 생각할 때 가능하다. 그러면 왜 많은 순간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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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삶으로 다시 떠오르기(5) _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작가 에크하르트 톨레 출판 연금술사 발매 2013.08.15. 리뷰보기zz 모든 형상이 무상함을 알아차리면 형상에 대한 집착도, 형상과의 동일화도, 줄어든다. 집착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이 제공하는 좋은 것들을 즐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사실 더 많이 즐길 수 있다. 모든 것은 무상하고 변화가 불가피함을 알고 받아들인다면, 즐거운 것을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즐거움이 이어지는 동안 누릴 수 있다. 집착하지 않는 사람은 삶에 일어나는 일들에 갇히는 대신,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한 단계 높은 시점을 가질 수 있다. 광대한 우주 공간에 둘러싸인 지구 행성을 바라보며, “지구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역설적인 진리를 깨닫는 우주 비행사와 같은 것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많은 무집착과 연결되고, 무집착에 의해 삶에 새로운 차원, 즉 ‘내적 공간’이 열린다. 집착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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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내게 무해한 사람 _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작가 최은영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9.06.20. 리뷰보기zz -그 여름 그들은 오래도록 키스했다. 혀와 입술의 맛, 가끔씩 부딪치는 치아의 느낌, 작은 코에서 나오는 달콤한 숨결에 빠져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인지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이라는 것도, ‘나’라는 의식도, 너와 나의 구분도 그 순간에는 의미를 잃었다. 그럴 때 서로의 몸은 차라리 꽃잎과 물결에 가까웠다. 우리는 마시고 내쉬는 숨 그 자체일 뿐이라고 이경은 생각했다. 한없이 상승하면서도 동시에 깊이 추락하는 하나의 숨결이라고. 수이와 함께 있을 때 이경은 자신이 다른 몸으로 태어난 것 같았다. 눈으로 볼 수 있는 풍경과 코로 들이마시는 숨과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까지도 모두 다르게 느껴졌다. 모든 감각기관이 한꺼플 벗겨진 느낌이었다. 수이를 만나기 전의 삶이라는 것이 가난하게만 느껴졌다. 밤의 강물은 금속의 표면 같았고, 강변의 우거진 나뭇잎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검은 깃털들 같았다. 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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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여자 없는 남자들 (1) _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4.08.28. 리뷰보기zz 「드라이브 마이 카」 “생각하기 싫은 것까지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돼.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도 떠오르고. 하지만 나는 연기를 했어. 말하자면 그게 내 직업이니까.” “다른 인격이 된다.” 미사키가 말했다. “그렇지” “그리고 다시 원래 인격으로 돌아온다.” “그렇지.” 가후쿠가 말했다. “싫더라도 원래로 되돌아와. 하지만 돌아왔을 때는 그전과 조금 위치가 달라져 있지. 그게 룰이야. 그전과 완전히 똑같을 수 없어.” “그래서 가후쿠씨는 이해했어요? 부인이 왜 그 사람과 잤는지” 가후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해하지 못했어. 그는 가졌고 나는 갖지 못한 것이 몇 가지 있었을거야. 아니, 아마 많이 있었겠지. 하지만 그 중에 어떤 것이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그것까지는 모르겠어. 인간이 그렇게 세세한 핀포인트 수준에서 행동하지는 않으니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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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여자 없는 남자들 (2) _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4.08.28. 리뷰보기zz 「예스터데이」 “기타루는 아마 뭔가를 진지하게 찾고 있는 걸 거야.” 나는 말을 이었다. “여느 사람과 다른 자신의 방식으로, 그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매우 순수하고 정직하게. 하지만 자기가 뭘 찾고 있는지 스스로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거겠지. 그래서 여러 가지 것들을 주위에 맞춰 앞으로 척척 끌고 나갈 수가 없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면서 그 무엇을 찾아 다닌다는 건 몹시 어려운 작업일 테니까.” “나는 아키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 애를 대할 때처럼 깊고 자연스러운 마음은 아마 다른 누구에게도 가질 수 없을 것 같아. 아키와 떨어져 있으면 꼭 가슴 속 한 구석이 욱신거려. 충치처럼. 정말이야. 내 마음에는 그 애를 위해 따로 떼어둔 부분이 있어.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는, 뭐랄까. 좀 더 다른 무언가를 찾아보고 싶다는, 좀 더 많은 것들을 접해보고 싶다는 강학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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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여자 없는 남자들 (3) _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4.08.28. 리뷰보기zz 「독립기관」 내적인 굴곡이나 고뇌가 너무도 부족한 탓에, 그 몫만큼 놀랍도록 기교적인 인생을 걷게 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 수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우연한 기회에 눈에 띄곤 한다. 도카이 의사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 같은 사람들은 굴곡진 이 주위 세계에 (말하자면) 올곧은 자신을 끼워 맞춰 살아가기 위해 많은 적든 저마다 조정 작업을 요구받게 되는데, 대부분 본인은 자신이 얼마나 번거로운 기교를 부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자신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숨기는 것도 없고 꾸미는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어디선가 꽂혀 들어온 특별한 햇빛을 받아 그들이 자기 삶의 인공성을, 혹은 비자연성을 퍼뜩 깨달았을 때, 사태는 때로는 비통하고 또한 때로는 희극적인 국면을 맞이한다. 물론 죽을 때까지 그런 빛을 목도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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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여자 없는 남자들 (4) _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4.08.28. 리뷰보기zz 「셰에라자드」 “칠성장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칠성장어는 매우 칠성장어다운 생각을 해. 칠성장어다운 주제를 칠정장어다운 문맥으로. 하지만 그걸 우리가 쓰는 언어로 바꿔 놓을 수는 없어. 그건 물속에 있는 것들을 위한 생각이니까. 우리가 태내에 태아로 있었을 때와 똑같아. 그곳에 생각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생각을 여기 지상의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 그렇잖아?” “어쨌든 학교 졸업하고 나니까 어느샌가 그를 잊어버렸더라. 스스로도 신기할 만큼 깨끗이 열일곱살의 내가 그의 어떤 점에 그토록 깊이 빠졌었는지, 그것조차 잘 생각나지 않아. 인생이란 묘한 거야.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바라보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 보이는 거야. 내 눈이 대체 뭘 보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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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일인칭 단수(1) _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11.26. 리뷰보기zz 「돌베개에」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정신질환이랑 비슷해.” 그녀가 말했다. 벽에 적힌 글자를 낭독하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그 후로 긴 세월이 흘러버렸다. 매우 신기하게도 (어쩌면 그렇게 신기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 늙어버린다. 우리의 육체는 돌이킬 수 없이 시시각각 소멸을 향해 나아간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떠보면 많은 것이 이미 사라져버렸음을 깨닫는다. 강한 밤바람에 휩쓸려, 그것들은 – 확실한 이름이 있는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이나 –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뒤에 남는 것은 사소한 기억뿐이다. 아니, 기억조차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우리 몸에 그때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런 것을 누가 명확히 단언할 수 있으랴? 그래도 만약 행운이 따라준다면 말이지만, 때로는 약간의 말語이 우리 곁에 남는다. 그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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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일인칭 단수(2) _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11.26. 리뷰보기zz 「크림」 요컨대 나는, 호기심이라는 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여기저기 머리를 부딪쳐가며 학습하는 과정에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사람이 그저 악의만으로 이만큼 치밀하게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을까? 엽서 인쇄만 해도 제법 손이 갔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사람이 심술궂어질 수 있을까? 그녀에게 미움을 살 만한 짓을 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남의 마음을 짓밟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내거나, 불쾌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 그렇게 아주 없다고는 못 할 몇 가지 원망의 가능성을, 생겼을지도 모르는 몇 가지 오해의 가능성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내가 수긍할 만한 것들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감정의 미로를 수확 없이 왕복하는 사이, 내 의식은 표지판을 놓치고 말았다. 노인이 말했다. “알겠나, 자네는 혼자 힘으로 상상해야 돼. 정신 차리고 지혜를 쥐어짜서 떠올려보라고.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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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일인칭 단수(3) _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11.26. 리뷰보기zz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물론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지.” 버드가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완만한 것이기도 해. 자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름다운 프레이즈와 마찬가지야. 순식간에 지나가는 동시에, 한없이 잡아 늘일 수도 있지. 동쪽 해안에서 서쪽 해안만큼. 길게 – 혹은 영원에 다다를 만큼 길게. 시간이란 관념은 그곳에서 사라지고 없어. 그런 의미로 보면, 나는 하루하루 살면서 죽어있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실제로 맞는 진짜 죽음은 철저하게 무거워. 그 전까지 존재했던 것이 갑자기 통째로 사라져버리지. 완전히 무無가 되어버려. 그리고 내 경우, 그 존재는 나 자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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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일인칭 단수(4) _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11.26. 리뷰보기zz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첫 우승을 했던 1978년, 나는 진구 구장까지 걸어서 십 분 거리인 센다가야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경기를 보러갔다. 그 해 야쿠르트 스왈로스는 구단 창설 이십 구년 만에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달성하고, 여세를 몰아 일본 시리즈마저 제패해버렸다. 그야말로 기적적인 한 해였다. 그리고 그 해, 나 역시 스물아홉 살에 처음으로 소설이라고 할 만한 것을 완성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라는 작품으로, 이것이 『군조』 신인문학상을 타면서 그때부터 일단은 소설가 소리를 듣게 되었다. 물론 그저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작지 않은 인연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참 나중의 일이다. 그에 이르기까지, 1968년부터 1977년까지 십년동안, 나는 실로 방대한, (기분상으로는) 거의 천문학적 횟수의 ‘지는 경기’를 지켜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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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일인칭 단수(5) _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11.26. 리뷰보기zz 「사육제」 내가 아는 매우 아름다운 한 여자는 귓불이 비정상적으로 길다면서 언제나 머리를 길러 감추고 다녔다. 귓불의 길이 따위는 정말이지 아무래도 상관없는 부분 같은데, (딱 한 번 보여준 적 있는데, 내 눈에는 솔직히 보통 크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귓불의 길이 운운은 다른 무언가를 대체한 표현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그에 비해 자신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 혹은 못생겼다는 것을 – 나름대로 즐길 줄 아는 여자는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아름다운 여자에게도 어딘가 보기 싫은 구석이 있듯이, 어떤 못생긴 여자에게도 어딘가 아름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녀들은 아름다운 여자들과는 달리 그런 부분을 기탄없이 즐기는 듯 했다. 대체도 없거니와, 비유도 없다. 진부한 의견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은 종종 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뒤바뀐다. 빛을 어떻게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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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일인칭 단수(6) _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11.26. 리뷰보기zz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네 그것은 어찌보면 궁극의 연애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궁극의 고독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동전의 양면인 셈이지요. 그들은 꼭 달라 붙어서 영원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외람된 바람인지 모르지만, 사랑에 대해서, 변변치 않은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지.” 내가 말했다. 원숭이는 몇 번 커다랗게 눈을 깜빡였다. 긴 속눈썹이 바람에 흔들리는 종려나무 잎사귀처럼 하늘하늘 오르내렸다. 그러고는 한 번 천천히 숨을 뱉었다. 멀리 뛰기 선수가 도움닫기 전에 내쉬는 것처럼 깊은 호흡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사랑이란 우리가 이렇게 계속 살아가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연료입니다. 그 사랑은 언젠가 끝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결실을 맺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사람이 사라져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다, 연모했다는 기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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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1)_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6.08.21. 리뷰보기zz 시마모토 아버지의 레코드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곡은 리스트의 <피아노 콘체르토>였다. 앞면에 1번이 들어 있고 뒷면에 2번이 들어 있었다. 내가 그 레코드를 좋아했던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레코드 재킷이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 리스트의 <피아노 콘체르토>라는 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 – 물론 시마모토를 제외하고 – 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말이지 가슴 두근거릴 만한 일이었다. 나는 주위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세계를 알고 있다. 그것은 말하자면 나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정원 같은 것이었다. 나에게 있어 리스트의 <피아노 콘체르토>를 듣는 것이란 인생의 한 단계 위로 나를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것은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처음 얼마 동안 그 곡은 과장되고, 기교적이고, 왠지 종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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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2)_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6.08.21. 리뷰보기zz 그렇게 나는 시마모토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고, 그러다 아예 발길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아마도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과거라는 방대한 기억을 검증하여, 그 중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가를 결정하는 건 내 역할이 아니니까) 잘못된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이후에도 시마모토와 단단하게 이어져 있어야만 했다. 나는 그녀를 필요로 했고, 그녀는 아마 나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자의식은 너무나도 강했고 상처 입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상당한 세월이 흐르도록 나는 단 한 번도 그녀와 마주치지 못했다. 나는 시마모토와 만나지 않게 된 후에도 언제나 그녀를 그립게 떠올렸다. 사춘기라는 혼란으로 가득 찬 안타까운 기간 동안 나는 몇 번이나 그 따뜻한 기억으로 격려받았고 치유받곤 했다. 그리고 나는 오랜 동안 그녀에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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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3)_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6.08.21. 리뷰보기zz 만일 이곳에 남는다면 내 안의 무엇인가는 분명히 상실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상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막막한 꿈 같은 것이었다. 거기에는 열기가 있고 통증이 있었다. 그것은 10대 후반의 한정된 시기에만 품을 수 있는 유의 꿈이었다. 그것은 또한 이즈미가 이해할 수 없는 꿈이었다. 그 무렵의 그녀가 좇고 있었던 건, 내 꿈과는 다른 형태의 꿈이었고, 다른 장소에 있을 세계였다. 도쿄로 향하는 신칸센 안에서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줄곧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무릎 위에 얹혀진 내 손을 바라보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 자신에 대하여 지독한 혐오감을 느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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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4)_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6.08.21. 리뷰보기zz 결국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는 지금의 내게는 아무 상관 없는 것들이었다. 고향이 어떻게 되었든, 다른 동창생들이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든, 나는 그런 것에는 전혀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나는 예전에 내가 있었던 장소와 시간으로부터 너무나도 멀리 떠나와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입에 올리는 얘기는 싫든 좋든 이즈미를 떠오르게 했다. 나는 고향에서의 옛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즈미가 그 도요바시의 작은 아파트에서 홀로 죽은 듯이 숨어 지내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녀는 이젠 예쁘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아이들은 그녀를 무서워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 두 마디는 내 머릿속에 언제까지고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즈미는 아직도 나를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난 환상 같은 걸 보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곳에 우두커니 선 채로, 거리에 내리는 비를 한참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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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5)_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6.08.21. 리뷰보기zz “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태어나서 이제껏 단 한 번도 일한 적이 없어.”라고 그녀는 말했다. “한 번도?” “단 한 번도.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없고, 취직도 하지 않았어. 노동이라는 이름이 붙는 걸 경험한 적이 없어. 그래서 지금 네가 한 그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몹시 부러워.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 난 늘 혼자서 책을 읽었을 뿐이야.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건 돈을 쓰는 일뿐이지.” “돈을 쓰는 방법만 생각하는 편이 어쩌면 더 나은 건지도 몰라”라고 나는 말했다. “돈을 버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면 말이지, 많은 것이 점점 닳아 가거든.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닳아가는 거야.” “하지만 넌 모를 거야.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넌 많은 것을 생산해 내고 있다고 생각해.” “이를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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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연하게 픽업되어 출사원정대가 된 2016년 (5)

공주 가는 길에 있는 금강수목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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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10. B-Day

떠나요~~~~~~둘이서~~~~~~ 아침부터 들뜬 서울행이었다. 2017년은 오빠에게 조금은 힘든 한해였을수도 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 생일이니까 서울에서 맛있는것도 먹고 즐기러 뭅뭅!!!!!! 우리는 롯데호텔에 묵었고, 라운지에 뼈를 묻겠다는 일념으로 ㅋㅋㅋㅋㅋㅋㅋ이그젝룸을 예약해두었다>< 방 사진은 없네. 좋았는데.................블로그에 올릴 줄 누가 알았겠니!!ㅋㅋㅋㅋㅋㅋㅋ 이 때가(2017년) 서울을 떠난지 일년정도 되었을 때인듯하다. 고작 2년 서울에 살았지만, 이렇게 서울에 가끔 올라오면, 내가 누비던 곳들, 아는 곳들이 눈 앞에 펼쳐지면, 뭔가 숨통이 틔이는 기분. 기분이 날라갈것 같다. 다들 서울 올라오면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 흠... 사람마다 다르니께~~ 나는 서울에서 기운을 얻는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명동칼국수를 먹으러 갔다왔나? 흐........오랜만에 먹는 명동 칼국수............사진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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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플레이리스트

요즘 꽂힌 플레이리스트. 새벽에 듣는 노래 https://youtu.be/ncWU5a2ClUI 온종일 음악을 틀어놓고 산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만큼 온갖 종류의 음악을 듣고, 또 꽂혀서 한곡을 하루종일 듣기도 한다. 그래서 꽂히는 장르도 하루에 한번씩 바뀌는것 같고, 꽂히는 가수도 하루에 한번씩 바뀌는 것 같다. 보통은 재즈를 틀어놓는다. 재즈의 ㅈ자도 모르지만 그저 듣고 좋다고 느끼고 즐기면 되는거니까~~~~ 요새 밤엔 이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일기를 읽고 차를 마시고, 책도 읽는다. 밤과 어울리는 팝들이다. 잔잔하다. 너무 감상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뭔가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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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6)_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6.08.21. 리뷰보기zz “하지메, 사진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 그건 단지 그림자 같은 거야. 진짜 나는 다른 곳에 있어. 그런 건 사진에는 나오지 않아.” 그녀는 말했다.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는 걸 보면서 나도 조금씩 늙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은 혼자서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딸들을 사랑했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는 건 내게 있어 하나의 커다란 행복이었다. 하지만 딸들이 실제로 한 달이 다르게 자라나는 걸 보고 있으면 때때로 심한 답답증이 느껴졌다. 마치 내 몸 안에서 수목이 점점 성장해 가면서 뿌리를 뻗어가고 가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내 내장과 근육과 뼈와 피부를 압박해서 억지로 뻗쳐나가는 듯했다. 그런 생각은 때때로 잠을 이룰 수도 없을 만큼 나를 숨 막히게 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시마모토를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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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7)_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6.08.21. 리뷰보기zz 환상은 늘 거기에 있었고, 그것은 나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다. 비가 내리면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비가 내리면 시마모토가 당장에라도 나를 찾아와 줄 것만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비 냄새를 머금고 그녀가 살며시 문을 연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상상할 수 있었다. 내가 뭔가 틀린 얘기를 하면 그녀는 미소 띤 얼굴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나의 모든 언어는 힘을 상실하고 유리 창문에 매달린 빗방울처럼 현실의 영역으로부터 서서히 흘러내리고 말았다. 비가 내리는 밤엔 늘 숨이 찼다. 그것은 현실을 일그러뜨리고 시간을 뒤틀리게 했다. 환상을 보는 것에 지쳐버리면, 나는 창가에 서서 언제까지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때때로 나 자신이 생명의 흔적도 없는 메마른 땅에 홀로 남겨져 버린 듯이 느껴졌다. 환상의 무리가 주변 세계에서 색채라는 색채는 모조리 남김없이 빨아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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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8)_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발매 2006.08.21. 리뷰보기zz “난 정말로 모르겠어. 난 당신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그건 분명해. 하지만 그 대답이 정말로 옳은 대답인지 어떤지, 그걸 모르겠어. 그걸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떤지조차 모르겠어. 유키코, 당신은 거기에 있어. 그리고 괴로워하고 있어. 나는 그것을 볼 수 있어. 나는 당신 손을 느낄 수 있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이 존재하는 거야. 그건 예를 들면, 생각 같은 것이고, 가능성 같은 거야. 그것은 어딘가로부터 배어나오기도 하고 자아내기도 하는 거야. 그리고 그것은 내 안에 있어. 그건 나 자신의 힘으로 선택하거나 결정하거나 할 수 없는 거야.” 유키코는 팔짱을 낀 채 한동안 내 얼굴을 보았다. “내게도 옛날에는 꿈 같은 것이 있었고, 환상 같은 것도 있었어요. 하지만 언젠가, 어딘가에서, 그런 것들은 사라져버렸어요. 당신을 만나기 전의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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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1) _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작가 무루 출판 어크로스 발매 2020.05.12. 리뷰보기zz 작고 평온한 세계에서 부침 없는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이 아닐까 싶은 날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태어난다. 아이들의 충만한 세계와 텅 빈 마음은 왜 흔들렸을까. 마음의 비율은 어째서 태어나는 쪽으로 기울었을까. 아마도 자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나지 않은 세계에 성장은 없다. 안락하고 평온하지만 그 곳에서는 몸도 마음도 자라지 않는다. 고통도 슬픔도 없기에 기쁨도 행복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는 모두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용감한 아이들이다. 그리고 그 용기는 부모를 응원하고 위로한다. 아이의 탄생에 오직 부모의 의지만 개입했다고 생각하면 아이의 모든 행불행은 부모의 책임이 된다. 부모의 미숙함과 세상의 불완전함은 아이를 돌보는 마음에 자주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좋은 부모가 아니라서, 부족한 게 많아서, 내 아이가 덜 행복하거나 더 불행하다고 생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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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2) _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작가 무루 출판 어크로스 발매 2020.05.12. 리뷰보기zz 어른이 되고서야 그 마음을 짐작한다. 살아보니 경험의 총량에 비례하는 지혜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나를 어딘가로 움직이게 하고, 다시 설 수 있도록 일으켜 주었던 말들은 언제나 나를 잡아끄는 말이 아니라 나를 안아주는 말이었다. 아이를 단속하는 어른의 말들 대부분은 불안에서 기인한다. 아이의 인생에 내재된 불행의 가능성은 부모의 가장 큰 약점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해 단단히 울타리를 쳐도 부모의 마음에는 늘 엄마의 불안이 있고 불안은 마음을 위축시킨다. 변수나 모험, 판타지가 느긋하게 끼어들 틈이 없다. 자라는 동안 내가 들었던 어른들의 말도 언제나 단언하는 말들이었다. 스스로를 의심하는 어른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안심할 수 있었고 내내 따뜻했지만 지루하고 시시했다. 그 시절에 내가 궁금한 것들은 언제나 울타리 너머, 빨간 모자가 끝내 들어가 버린 숲이나 싱클레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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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요리] 당근라페 만들기 십분컷

제주 구좌 당근을 오키로 샀어요 그래서 당근요리 도전!!!! 어렸을때 잘 먹지 않던것들이 이제 맛있어지는 나이가 되었어요 오키로나 사다니!!!! 짜잔!! 당근요리 당근라페의 첫번째단계! 당근을 채쳐줍니다 채 체 췌키라웃 열심히 채쳐요!! 당근이 커서 하나만씁니다 채칼조심! 손톱 날라갑니다 (살점 날라간적 있음....허엉 내 살......) 야매요리는 눈대중 요리~ 레시피보구 재료 양에 따라 소스 가감 필수 소금 샤르륵 뿌려주고 올리브오일 3T 홀그레인 머스타드 1/2T( 없음 빼도 됨 ) 사과식초 1/2T 레몬즙 (없어서 라임즙 대체) 1T 넣고 새콤한게 좋아서 더 많이 파박파박 꿀 or 올리고당 1/2T (단게 싫어서 요정도만 넣음) + 엄마가 준 통 들깨! 진짜 맛있다구요 슈팅스타처럼 알갱이 톡톡!!!! 완성된 근사한 당근요리 십분만에 완성입니다! 블로그 쓰는게 더 걸릴것 같은 간단한 당근라페!! 샐러드로 먹어도, 샌드위치에 넣어먹어도, 고기에 곁들여먹어도, 반찬으로 먹어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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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신메뉴] 우유품은 초콜릿 크루아상이랑 디저트

디저트 쟁여놓는거 좋아하는 편.... 그래서 우리집 냉동실은 내 저장창고 먹고싶을때 냉동실에서 바로바로 겟!!!!! 부작용이 있다면, 술 취하고 집에 있는 빵 달달구리 모두 다 거덜낸다는 점 (엊그제 술먹고 빵파티 열었다 다시 위염 도지는줄) 스벅 에서 디저트 빠방하게 사고 버거킹 커피 픽업 기다리면서 한컷 세이렌 언니 매력있어 내돈내산 인증샷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이거다. 사실 스벅 #초코머핀 도 완전좋아하는데....잘 없다 사고싶었는데........ 진짜 그것은 달달구리의 홍수 느낌...데헷에헷 스벅티라미수 도 포장할때 많다 얼리고 먹어도 jmt 떼샷 스벅 마카롱 도 좋아한다. 사실 안맛있는게 없네 스벅마카롱도 혜자다 사이즈가 크고 꼬끄가 쫀득하다 스벅스콘 도 좋아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코스콘 데펴먹음 짱맛... 보통스콘은 목맥혀 내스타일 아님. 좋아좋아 풍족해 더 많았으면 좋겠지만 오늘은 이걸로 만족해 궁금했던 스벅초콜릿크루아상 흐어.............. 우유크림 낭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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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 곰블리 로퍼 이거슨 신세계

열혈맘인 친구 덕분에 맘이베베 라는 카페를 알게되었고 그곳엔 !!!! 핫딜방이 있더라구요 그렇게 핫딜쇼핑이 뜨면 지나칠수없네여 ㅋㅋㅋㅋㅋㅋㅋㅋ 맛있다고 하면 사고, 싸다고하면 또 사고 핫딜방 기웃거리다가 그러다 알게된 곰블리 로퍼 스웨이드 + 가죽 로퍼 #원뿔원 행사해서 안 살 이유가 하나도 없어여~~~~~~ 거기다 핵 편하다는 후기가 낭낭하니까 사야만 했어요~~~~ 사야만 해!!! 무난하게 검댕이 스웨이드로퍼랑 흰댕이 가죽로퍼로 픽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양말신은 자국 났지만 아랑곳하지않고 찍었어요 전 이날부터 블로거로 다시태어났으니까여 곰블리로퍼 ㅋㅋㅋㅋ근데 전 발 사쥬가 240인데, 굽없는건 245가 맞을때가 많아서, 스웨이드는 잘 늘어난다길래 240 가죽은 245로 샀다가 가죽 망했어요...가죽로퍼는 내꺼가아니야...안녕 보내줄게~~~~ 스웨이드도 맨발은 딱 맞지만, 검스 신으면 헐거덕 거릴거같긴해요 가죽은 너무 커서 등산양말 ㅋㅋㅋㅋㅋ신고 신으면 맞을수도있지만ㅋㅋㅋㅋ 등산양말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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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3) _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작가 무루 출판 어크로스 발매 2020.05.12. 리뷰보기zz 긴 비행 끝에 낯선 대륙에 도착할 때마다 세계의 물리적 크기를 실감하는 일은 설레고 즐거웠다. 교집합이 없는 대상에 대해 감응하고 교감하는 기쁨을 경험했고 텅 빈 것 같은 마음이 일순간에 가득 차오르는 불가해한 충만감도 느꼈다. 어느 도시에서나 예측할 만한 작은 불운과 행운이 교차했고, 생경한 긴장 속에서 일어나 불안과 즐거움이 뒤섞인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낯선 피로감 속에서 꿈 한 번 꾸지 않고 기절하듯 달게 잤다. 안팎으로 날이 선 감각이 만들어내는 생각의 파장은 나를 자주 흔들었고, 까맣게 탄 거울 속의 나는 평소보다 더 건강해 보였다. 빨지 못한 옷가지들이 가득 든 트렁크를 끌고 돌아와 익숙한 내 집 현관문을 열 때의 포근한 안도감을 동력 삼아 일상을 활기차고 건강하게 이어나갈 의지를 다졌다. 그런데 짧은 여행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할부로 끊은 비행깃값과 함께 긴 여운이 찾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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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4) _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작가 무루 출판 어크로스 발매 2020.05.12. 리뷰보기zz 사랑의 마음이 용감하고 씩씩하게 타인이라는 세계에 닿는 순간 세상 끝은 어딜까. 지도상의 가장 먼 곳은 아닐 것이다. 세상 끝에는 타인들이 있다. 타인의 마음에 닿는 일이야말로 어쩌면 세상 가장 먼 곳까지 가보는 일이다. 우리가 문학을 통해 느끼는 감동의 기저에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이 있다.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는가?’ 나는 스스로 고독하게 살기를 선택했다.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조금 외롭게 보내고 있다. 외롭기 때문에 자유롭고 고요하며 느슨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지키고 채워준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세상과 연결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세상 속에서 내가 무엇이 되고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는지도 알고 싶다. 그러기 위해 읽고 쓴다. 크고 넓은 보폭으로 걸을 힘을 잃지 않으려고 매일 조금씩 꾸준히 집 앞 공원을 걷는다. 낯선 곳에서 들려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