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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SK하이닉스 유도원으로 시작한 하루, 충북대 인근 원룸에서

 청주SK하이닉스 유도원으로 시작한 하루, 충북대 인근 원룸에서

나는 청주SK하이닉스 유도원으로 시작한 하루를 이렇게 기록한다. 낯선 도시에서의 첫 출근은 누구도 없을 것 같던 월요일 아침처럼 조용했고, 복대동 골목 끝의 고요함을 깨고 신호수가 휘슬을 불던 소리가 현장을 열었다. 먼 타지에서 막 올라온 나는 공사장 유도원이 뭘 하는지조차 몰랐던 막연함으로 시작했지만, 이 도시가 생각보다 잘 갖춰진 곳이라는 것을 곧 느꼈다. 충북대학교 인근에 있는 원룸은 작지만 따뜻했고, 창 앞으로 편의점과 백반집, 약국이 한두 걸음이라 편했다. 같은 건물에는 나처럼 하이닉스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이들이 있었고, 한 분은 이렇게 말해 주었다. “신호수 일은 처음엔 뻘쭘한데, 사람들 눈치 안 보고 일하기엔 괜찮아요.”

유도원이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다르다. 전기팀이나 중장비 쪽이 아니라 차량을 안전하게 유도하고 작업자들의 동선을 관리하는 일이었고, 책임감은 크지만 몸과 마음이 극도로 힘들진 않았다. 현장은 거칠기만 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차분했고 따뜻했다. 청주에서의 생활은 일과 삶의 거리가 가까웠다. 출퇴근은 10분 안팎이고, 점심은 삼겹살 백반이 7천 원대며, 퇴근 뒤엔 산책할 공원도 있었다. 사창동의 고시원, 봉명동의 원룸에서 지내는 이들도 있었고, 비하동의 신축 오피스텔은 여성 근로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했다. 사람들은 바빠도 서로 예의가 있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나 버스 기사 같은 이들마저 친절했다.

일하고 밥 먹고 잠들며 하루가 쌓여 갔다. 1순위부동산이 안내해준 충북대원룸은 이제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공간이 되었고, 누군가는 별것 아닐지 몰라도 내게는 분명 시작점이었다. 신호수가 되는 건 단지 손을 흔드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청주SK하이닉스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신호를 보낸다. 괜찮은 하루를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