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여점이 전성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곳의 풍경은 마치 서점처럼, 비디오테이프를 담은 케이스들이 열 맞춰 진열장에 들어찬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케이스에 실린 영화 홍보 내용이 영화 선택의 기준이었다. '파리대왕'의 첫 만남도 그랬다.
케이스 전면에 원시인의 모습을 한 소년의 모습도 그렇고, 우스꽝스러운 제목에 그냥 스쳐만 갔던 기억이 난다. 1954년 출간된 영국의 작가 윌리엄 골딩의 작품인 '파리대왕'은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 얼핏 소년들의 모험소설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그곳에서 벌어지는 소년들의 갈등 양상에 맞추고 있다.
작가는 양차 대전이 끝난 후 인간의 내면에 대한 회의 속에 이 소설을 내놓았고, 이를 인정받아 198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