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Route B 코스를 플레이하며, Route A가 남긴 정성과 배려를 넘어선 또 다른 매력을 발견했습니다. Route B는 차분하고 절제된 흐름으로, 각 샷의 판단과 거리 감각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코스였습니다. 스타트광장에서 Route A와 Route B를 한눈에 상징하는 표지를 마주하고, 코스 뷰를 바라보는 순간 이미 다른 무대의 이야기가 시작된 느낌이었습니다. 1층에 보이는 연못과 페어웨이가 하나의 풍경처럼 이어지며 퍼팅 연습 그린이 넓고 평탄하게 설계된 것은 클럽하우스 외부 전체가 하나의 코스로 연결된 인상을 남겼습니다. 현장 컨디션은 전반적으로 양호했고 티잉 에리어는 균일하게 잘 정돈돼 있어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 페어웨이는 지형 기복이 적고 러프는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는 수준이었으며 그린은 다소 느렸지만 전체 난이도는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다만 그린 주변의 일부 홀은 밀도나 잔디 상태가 아쉬워 어프로치에서 미세한 긴장을 주었습니다. 벙커는 모래 상태가 좋지 않아 샷마다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1번 홀의 긴장감, 2번 홀의 짧은 거리에서도 미묘한 경사와 핀 위치가 긴장을 주었고, 3번 홀의 넓은 페어웨이와 2단 그린은 세컨드 샷의 계산이 필요했습니다. 4~9번 홀은 각기 다른 방향성과 벙커 배치로 거리와 각도를 재는 의도된 도전이었습니다. Route B를 마치며, Route A가 정성과 균형이라면 Route B는 판단과 거리 감각을 시험하는 코스였다고 느꼈습니다. 시야가 보이지 않는 세컨드 샷, 의외의 파3, 체력을 요구하는 파5까지, 이 코스는 골프의 본질에 더 가까운 두 번째 루트로 다가왔습니다. 9홀을 마치고 난 뒤의 느낌은 오늘의 라운드가 골프를 더 골프답게 만든 경험이었다는 확신이 남았습니다. Route B는 화려하진 않지만 깊이 있는 도전으로 제 자신감을 냉정하게 점검하게 하는 코스였고, 여주권의 루트52CC가 또 하나의 얼굴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