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과 배우자는 둘 다 서른 넘어 신행 때 처음 해외여행을 가봤다 부부 모두 낯선 곳을 좋아하진 않지만 머나먼 이국땅의 풍경은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길에 떨어진 쓰레기도 예뻐 보여 이후 항공권 특가 뜰 때마다 일 년에 두세 번씩 가곤 했는데 첫 여행지에서의 뜨거웠던 추억은 항상 되새기며 여행 준비물 꼼꼼히 챙겨 다녔다 (괌은 화상 입어 약국 가니 마트 가서 알로에 베라 사서 바르라고 가라 하데) 더운 나라 갈 땐 선크림 99도 아닌 100 짜리가 필수라는 것이 익숙할 때쯤 4번째 해외여행지로 사이판을 간 적이 있다 편식쟁이 배우자는 여행 목적이 오로지 마사지와 쇼핑이어서 어느 해외맛집식당을 가도 본인 혼자 배 채우고 배우자는 일정이 끝나면 저녁 숙소에 가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사이판 여행 첫날 먹은 것도 없는데 배우자가 갑자기 을 마구 쏟아내더라 다행히 가지고 간 상비약 키트 안에 지사제가 들어 있어 약 먹고 금방 멈추긴 했는데 이날 먹은 거라곤 컵라면 하나가 전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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