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골목길 진료실 의사 류창현입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늦은 저녁, 늘 눈에 띄는 형광색 바람막이를 입고 씩씩하게 문을 여시던 최 과장님이 오늘은 웬일로 칙칙한 정장 코트 자락을 끌며 들어오셨습니다. 잔뜩 굽은 어깨로 진료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한숨과 함께 툭 한마디를 던지십니다.
"원장님, 저 오늘부로 러닝화 다 당근마켓에 올렸습니다. 당분간 걷지도 않고 퇴근하면 소파에만 누워있으려고요."
"네? 지난달에 하프 마라톤 신기록 세우셨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시더니, 갑자기 러닝화를 왜 파십니까?"
"그놈의 기록이 제 무릎 연골 다 갉아먹는 줄도 모르고요. 어제 인터넷을 보니까 무릎 연골은 평생 쓰는 지우개 같은 거라, 다 닳으면 뼈끼리 부딪혀서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대요.
요새 뛸 때마다 무릎이 조금씩 시큰거리는데, 제 지우개가 벌써 다 닳아가는 신호인 것 같아 덜컥 겁이 났습니다. 무릎 관절염 피하려면 무조건 안 쓰고 가만히 모셔두는 게 최고라니, 이제 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