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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가 되는 일

 주체가 되는 일

본문은 “돌본다”는 말의 본래 의미를 되짚으며, 자기 배려가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가꾸고 다듬는 일임을 강조한다. 씨를 뿌려놓고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듯, 진실에 다가서는 길은 스스로를 매만지고 바꾸는 데 있다. 다듬은 자에게만 진실이 열리며, 주체는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다고 설명된다. 사람은 주체가 되어가며 어떻게 되어가느냐가 중요한데, 한쪽은 이미 가진 자로서 존재만으로 진실에 닿을 권리를 쥐고 있고, 다른 쪽은 닦아야 하는 자로서 자기 변형 없이는 진실에 다가갈 수 없다고 한다. 푸코는 이 닦는 일을 영성이라 부르며, 종교가 아니라 진실에 닿기 위한 주체의 자기 존재 거는 일을 가리킨다고 해석한다.

이상은 그 삶과 글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일본어로 교육받고, 집에서는 조선어를 쓰는 상황 속에서 글을 쓸 때 먼저 떠오르는 말이 일본어였던 인물로 묘사된다. 조선어로 글을 쓰는 일은 단순한 읽기가 아니라, 가진 자의 행위가 아니라 대가를 치르는 자의 일이 되었고, 글이 어디서 왔는지, 왜 모국어의 어휘를 택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끊임없이 따라붙는다. 자기를 다듬는 과정에서 자모의 배열이 뜻을 바꾼다는 점을 통해 자기를 배려하는 태도도 자리를 바꿔 놓으면 전혀 다른 의미로 바뀐다고 설명한다. 그리스의 자기 이롭게 하는 능동성에서 기독교와 근대를 거치며 명령으로 전도된 자기 포기의 문화적 변화를 지적한다.

이상은 결국 자기를 닦아야 하는 자로 남았고,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가 쓰는 말의 기원을 의심하는 과정 속에서 끝내 자아를 완성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의 편지 속 실망과 자각은 자기가 좇아온 것이 원본이 아닌 그림자임을 깨닫는 순간이었고, 그 자리에서 소멸과 자각이 함께 일어난다. 오늘의 독자는 단순한 해독이 아니라 문장이 놓인 자리의 무게를 질문하는 태도로 읽기에 이른다. 읽히는 문장이 곧 답이 아니라 씨앗임을 깨닫는 자리에서, 진실은 즉시 손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한 계절을 기다려야 싹이 트는 것임을 새긴다. 결국 이상은 한 철의 견딤을 끝까지 버티어 낸 자였고, 현재의 독자는 아직 비료를 들이붓는 심는 자리에서 멈춰 서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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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주체가 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