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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 마리 때문에 멈춘 세계

 새 한 마리 때문에 멈춘 세계

— 테런스 말릭의 영화와 불안이라는 각성 1부 — 망치가 부서질 때 배우 존 C. 라일리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씬 레드 라인》을 찍을 때였는데, 대규모 장면을 앞두고 트럭에 탄 배우들이 대기 중이었다고. 엑스트라 수십 명,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들, 수백 명의 스태프가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그 순간에, 감독 테런스 말릭이 갑자기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촬영 전체가 멈췄다. 말릭이 그 새를 찍기 위해서.

처음 이 이야기를 들으면 우스운 사람처럼 느껴진다. 수천만 달러짜리 세트를, 그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새 한 마리 때문에 멈추다니.

정신이 산만한 사람, 혹은 권력이 너무 강해져서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사람. 그런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말릭의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천국의 나날들》의 밀밭에서 우는 귀뚜라미, 《트리 오브 라이프》의 도로 위에 내려앉은 나비.

아무도 준비하지 않은 순간들, 아무도 기다리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