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는 묠니르를 들었고, 고혜진은 참참참 망치를 들었다. 차이가 있다면 토르의 망치는 천둥을 불렀고 고혜진의 망치는 웃음을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웃음도 일종의 천둥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자가 선택하는 천둥. 나 지금 화난 거야, 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근데 별거 아냐, 라고 덧붙이는 것. 헤파이토스가 이 장면을 봤다면 동료 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그도 올림포스에서 늘 웃음거리였으니까. 사촌도 아니고 와이프다, 와이프가 땅 좀 사보겠다는데. 이 대사는 고혜진 신화에서 가장 비장한 구절로 기록되어야 한다. 여신이 자신의 신분을 직접 선언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촌이 아니다. 나는 아내다. 즉, 나는 이 서사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이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우린 어차피 가난했어, 라고 박경세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 신탁도 아니고 체념이었다. 그때 고혜진은 망치를 내려놓았다. 영웅이 무기를 내려놓는 순간은 항복이 아니다. 더 강한 것을 꺼내려는 준비다. 나는 부자 될 거니까. 당신은 쭉 가난하세요. 이것은 저주였다. 그것도 아주 정확한 저주. 신화 속 저주는 대개 상대를 돌로 만들거나 짐승으로 만들지만, 고혜진의 저주는 상대를 그대로 두는 방식이었다. 변하지 않는 것, 계속 가난한 것, 그게 저주라는 뜻이었다. 장난감 망치를 든 여신은 우습지 않다. 신화에서 가장 무서운 신은 항상 웃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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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장난감 망치를 든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