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혁이는 결혼 전부터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었고, 영선은 교제 석 달쯤 지났을 때 처음으로 그의 이런 면을 알게 된다. 토요일마다 급식소로 가는 준혁의 이야기는 평범한 말투로 들렸지만, 낯선 사람들을 돕는 모습은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듯한 느낌을 남겼다. 따라가도 되냐고 물었으나 준혁은 사람들의 낯설음이 불편할까 걱정돼 거절했고, 그런 거절은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날 오후, 준혁은 갑자기 바람 소리와 함께 봉사 현장으로 향했고, 영선은 비번이라 집에서 남겨진 서류에 몰두했다. 현장을 떠올리며 눈앞의 글자들이 흐려지고, 과거 현장의 비극이 스며들었다.
성북구의 골목 깊은 곳, 간판 없이 낡은 건물에서 열다섯 명가량이 모여 밥을 나눠 먹었다. 순자는 그 공간의 오랜 어르신으로, 오늘은 재현의 몸 상태와 마주한 침묵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국 다 됐다며 반가움과 함께 시작된 식사는 조용했고, 서로의 몫을 나누는 작은 행동이 자연스러운 규칙처럼 이어졌다. 준혁은 식사 중에도 약한 쪽을 먼저 살피며 다른 이의 식사를 도왔고, 그곳의 약속은 말없이도 존재하는 동의였다. 재현은 먹을 것을 거절하기도 했지만 곧 내놓은 봉투를 열고 된장국과 밥을 받아들였다. 어둠 속에서 형성된 관계는 서로의 상처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깊어졌다.
마포의 뉴스 속 인물 이동수와의 연결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긴장감을 더했고, 재현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공백을 조용히 털어놓으며 무거운 고백을 남겼다. 준혁은 바로 답하지 않고 옆에 남아 같이 무언가를 견뎌냈다. 곧이어 밤이 흘러 집으로 돌아온 순간, 영선은 서류를 펼친 채 잠들어 있었고, 준혁은 그 곁에 앉아 담요를 덮고 조용히 머물렀다. 이때의 얼굴은 긴장이 풀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깊이 다가오는 위로의 존재를 보여 주었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었고, 창 밖의 골목등이 흔들리다 다시 고요해졌으며, 준혁은 눈을 감지 않고 영선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 자리에 머물렀다.
원문 링크 : 좀비남편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