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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난 후, 봄

 꽃이 지고 난 후, 봄

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 / 우리는 만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 사진을 찍고 그날 그렇게 우리는 / 헤어졌다 돌아와 사진을 빼보니 / 꽃잎만 찍혀 있었다 나태주, 「꽃잎」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 꽃들이에요. 집 앞 모퉁이의 화려하게 피었던 꽃들이 어느새 시들시들합니다.

곧, 흔적만 남고 자취를 감출 것 같아요. 화려하게 피었던 꽃들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요.

시간이 지나고 흐르면 꽃이 피었었다는 기억 외에 무엇이 남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애타고 안타까운 이유는 아마도 이 모든 것이 안타까웠던 지나간 사랑을 닮아서, 이내 저물어가는 노쇠한 인생을 닮아서.

지금, 내가 곧 그럴 거 같아서겠죠. 순간을 영원으로 박제할 수는 없을까?

애꿎은 사진만 자꾸 들여다봅니다. 이제, 봄은 또 이렇게 가는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