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와 큰 이야기가 살고 있었어 작은 이야기는 너무 작아서 개미만 한 개가 목줄을 풀고 달아난 정도로 작아 밥하고 접시 닦다가 접시 한 개가 이가 빠지고 거기다 살림 차린 정도로 작아 변기가 가고장 나고 빙하가 녹아내리고 몇십 년 전에 흑백사진에 갇혔던 젊은 당신이 떠내려오고 그 정도로 작아 작은 이야긴 내가 더 작아져서 망가진 영사기 속으로 쓸려 들어갈 정도로 작고 내 밤은 더 작아서 까만 콩보다 더 작아서 네가 움켜쥘 수 없을 정도로 작아서 매일 밤 흘리고 다닐 정도로 작아 북산에 올라가서 서울을 내려다보면 뭐가 엎질러졌는지 그 엎질러진 것 위에 바글바글 건물들이 몰려들어서 그걸 핥아 먹느라 정신들이 없는 그 정도야 작은 이야긴 너무 작아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야 씻다만 있고 싯다 삿다 숮다 숳다 셓다 솃다 씋다는 없으니 그저 나는 작은 이야기로 무엇을 씻는지도 모르면서 씻 씻 씻 하는 정도야 영하의 철판 위에 소금을 뿌려놓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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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詩] 어느 작은 시 / 『날개 환상통』, 김혜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