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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샤워젤과 소다수 /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詩] 샤워젤과 소다수 /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너에게서는 멸종된 과일 향기가 난다 투룸 신축 빌라 보증금 이천에 월세 구십, 어떻게 해야 너를 웃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두 시간 동안의 폭우, 일주일 동안의 아침, 유리병 속 무한히 터지는 기포 현관에 놓인 신발의 구겨진 뒤축이 웃는 표정을 닮았어 너는 침대에 누워 있고 바람이 많이 부는 청보리밭에 가고 싶다 멸종된 기억을 가지고 싶다 너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흩날릴 때 나는 사라진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아침의 어둠이 이젠 익숙해 그래도 같이 씻을까 산책을 갈까 세상에서 가장 느린 산책로 네 손의 아이스크림과 내 손의 소다수는 맛이 다르다 너의 마음은 무성하고 청보리밭의 청보리가 가바람의 방향을 읽는 것처럼 쉬워 무한히 터지는 기포 나는 너의 숨을 만져보고 싶다 너는 머나먼 생각처럼 슬프거나 황홀한 곳까지 나를 데려갈 수 있다 이렇게 차가운 빛의 입자는 처음이야 아이스크림 속에도 휴양지가 있는 것 같아 매일 집에서 너를 보는데도 놀랍지 세상에 없는 농담 같아 마른 손 위에서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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