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전구들을 몽땅 깨뜨리고서 우리는 뾰족해진 발걸음으로 걸었어 빈 교실을 찾아서 둥글게 모여 앉아 식물도감 읽었지 파릇파릇해지려고 이곳은 책으로 지은 정원이야 물 끓는 소리만 들려줘도 퉁퉁 불어 어둠 속에서도 울음을 정확하게 읽는 너는 알전구의 짭짤함을 아니 와작와작 씹히는 음절들 말이야 한쪽 뺨이 투명한 너는 색감을 좀 아니 상처가 어떤 농도로 변해가는지 아니 똑바로 봐봐 여기 우리밖에 없잖아 싫으면 엎드려뻗쳐 초록 속에서 우리는 보글보글 끓었다 한 방울만 튀어도 책장 사이로 비둘기가 날아올랐다 우리는 서로의 성장을 기대하며 서로의 귀에 씨앗을 심어주었지 어른이 되면 갚아, 다정하게 속삭였지 그렇게 무럭무럭 우정을 길러냈잖아 푸른 식물을 태울 때 공기는 얼마나 오염될까 우리의 종아리는 수시로 흘러내렸고 땀방울이 죽죽 빗금을 그었지 왜 그렇게 맹렬해야 했을까 졸업이 가까워지자 정원으로 향하는 계단은 저절로 허물어졌다 우리는 식물도감에 적히지 않은 내용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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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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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詩] 방과후 우리의 발생 /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