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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의 냉장고 나폴리탄 괴담

 칠흑의 냉장고 나폴리탄 괴담

당신이 이 검은 냉장고를 받았다면, 서명은 이미 끝났다는 뜻이다. 봉인 스티커를 떼어 내는 순간, 부엌의 시간은 서서히 멎을 것이다.

먼저 귀를 기울여라. 기계음이 들린다면 아직 안전하다.

아무 소리도 없다면 그 정적을 두려워하라. 문을 열 때는 반드시 하나만 꺼내라.

욕심내어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꺼내면, 돌아가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당신의 체온이다. 온도 조절 다이얼을 돌리지 마라.

표시등이 꺼졌어도 내부는 영하도 영상도 아닌, 무명의 구획으로 가라앉아 있다. 거기에는 숫자가 없다.

숫자가 없는 공간에서 살아남은 물건은 없다. 새벽 두 시, 냉장고가 스스로 문을 반쯤 열어 둘 때가 있다.

그때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숨소리를 확인했다면, 즉시 등을 돌려 20걸음 물러나라. 등불을 켜면 소리는 사라지지만, 빈 접시 위에는 방금 전까지 없던 물방울이 맺혀 있을 것이다.

그 물방울은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 성에가 거울처럼 반짝일 때, 손가락으로 이름을 쓰고 싶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