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포로 4화. 목숨을 걸고 탈영하다 강계 방면으로 후퇴하던 날 밤은 어둡고 흐려서 10미터 앞도 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짐이 무거워 행군 도중 자꾸 옆으로 기울어져 몹시 애를 먹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짐이 점점 더 기울어졌다.
소대장에게 짐을 다시 꾸려 가지고 가겠다고 말했지만 소대장은 “그럴 시간이 없으니 그대로 가.” 라고 독촉을 하였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신작로 둑에 잠시 멈춰 서서 짐을 내려놓았다. 나는 서둘러서 짐을 꾸리고 나서 다시 걸쳐 매었다.
몸을 곧추 세우고 앞을 보니 우리 부대는 어느새 저 만치 멀어져 버렸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뒤 따라 오는 부대와도 사이가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갑자기 ‘때는 바로 이 때다.’ 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어차피 국군이 우리 고향까지 들어와 대한민국으로 통일이 되어 버렸는데 강계로, 만주로 가 본 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차라리 이 틈을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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