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강남의 대형 키즈 라운지 겸 야외 놀이터를 다니며 유모차를 둘러봤다. 입구의 유모차 주차장을 보고 처음엔 몰입한 가족의 풍경에 웃음이 나왔지만, 브랜드 라인업을 보며 선뜻 자리를 피하고 싶어진 순간들이 많았다. 우리 쌍둥이의 국산 쌍둥이 유모차를 주차하려고 하는데 양옆에 늘어선 브랜드들이 한눈에 보이자, 부모의 자부심이 작용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다가왔다.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 결국은 자식의 행복이 아니라 부모의 시선 의식과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장에선 부가부 폭스와 스토케 익스플로리가 여전히 눈에 띄지만, 예전의 벤츠 같은 ‘최고급’ 이미지는 많이 약해져 국민차 급으로 흔해져 있었다. 옵션과 방풍 커버를 더하면 200만 원대에서 300만 원대까지 치솟고, 쌍둥이용은 250만 원에서 300만 원에 달하는 것도 흔했다. 그 옆에 디올 오블리크 등 한정판 고가 유모차가 자리한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가격은 850만 원대에서 1,000만 원대까지 가볍게 상승했고, 이 자체가 놀이터의 현실에서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에서 느낀 건, 과연 아이들이 실제로 어떤 차를 타고 있는지인지가 더 중요하냐는 점이었다. 타고 있는 차가 무엇이든 아이들은 흙먼지와 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뛰어놀고, 결국은 두 다리와 작은 몸으로 흙을 밟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비싼 유모차 열풍은 100% 부모들의 시선 의식과 자기만족, 그리고 약간의 과시욕이 얽혀 만들어진 문화일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돈으로 산다는 점은 존중하지만, 이런 트렌드가 맘카페나 SNS를 통해 평범한 벌이가의 부모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빚을 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하는 현실은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흙 묻은 바퀴가 진짜 육아의 훈장이라고 생각했다. 두 시간의 땀과 웃음으로 놀았던 아이들을 다시 유모차에 태우고 돌아오는 길, 로고 없는 투박한 유모차도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동반임을 다시 확인했다. 길게는 아니더라도 내 형편에 맞춘 선택이 아이들 건강과 행복에 더 큰 기여를 한다고 느꼈다. 남이 어떻게 보든, 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본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내일 아침에도 이 포근한 유모차를 끌고 등원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을 굳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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