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마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거실의 시각적 소음이 한꺼번에 몰려와 숨이 막히는 날들이 있었다. 아침에 치우고 나갔던 맥포머스 자석블록의 지뢰처럼 널브러진 자태와 소파 위에 쌓인 두꺼운 겉옷들로 인해 머릿속은 어수선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엔 육아와 직장 업무의 피로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주말 아침 소파에 앉아 아메리나를 마시며 시선을 둘러보자 마음은 더 요동쳤다. 보이는 것마다 언제 정리할지, 어디에 둘지에 대한 판단이 떠올라 뇌가 에너지를 소모했고, 시각적 소음이 체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 다이소에서 75리터 봉투를 세 장 사서 거실 한가운데를 비우기 시작했다. 물건을 비우는 과정은 멘탈이 부서지는 연속의 실패로 가득했고, 특히 쌍둥이 첫돌에 산 원목 주방놀이 세트 앞에서 손이 떨리며 고민이 길었다. 가지고 있을지 말지 망설이다가 결국 버리는 쪽으로 결정했고, 옷가지와 장난감 중 불필요한 것들은 헐값에 팔거나 분리수거 봉투에 담아 내렸다.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의 선택이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물건을 비우고 나니 거실이 비어지는 순간 머릿속의 불안감과 허전함도 함께 줄어들었다. 남들의 인스타그램 속 화려한 전집이나 멋진 벽꾸미기를 볼 때 느꼈던 자책과 비교심이 점차 사라졌고, 가진 것만으로도 가족이 필요한 모든 것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안도감이 커졌다. 물건을 관리하는 데 쓰이던 체력을 덜어내고 쌍둥이와의 시간을 더 늘려 웃으며 놀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당장 내일도 더 비워 내고 정리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자 다짐했고, 텐트와 코펠도 정리하고 책도 챙겨 더 나은 하루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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