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 잠실 야구장에 일찍 도착해 원정팀 뒷편을 바라보던 순간 눈이 의심스러웠다. 낯익은 실루엣이었지만 이름도 등번호도 없는 새하얀 훈련복의 선수가 묵묵히 몸을 풀고 있었고, 바로 전역 후 이틀째 팀에 합류한 한화 정은원이었다. 과거 대형 2루수로 잠실을 누비던 화려한 스타의 모습은 지워진 채 완전한 초심으로 돌아간 표정이었다. 1군 훈련만으로도 어색하고 감사하다는 그의 말이 공기를 채웠다. 정식 등록 전이라도 땀방울은 야구를 향한 깊은 간절함을 드러냈고, 훈련복 차림으로도 팀 분위기에 녹아들려는 그의 열정이 잠실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낭만적 복귀 서사와 달리 현재 한화 내야는 그가 떠나기 전보다 훨씬 냉혹하고 치열한 생존 경쟁의 전쟁터다. 5월 초 하주석이 2군으로 내려간 뒤 주전 자리를 꿰찬 이도윤의 페이스가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5월 성적에서 이도윤은 22경기에서 23안타 12타점을 기록하며 타율 0.299로 맹타를 휘둘렀고, 팀의 공수 양면에서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구단 관계자도 그의 가치를 칭찬했고, 이도윤의 든든한 모습은 돌아온 정은원에게 거대한 벽과 같았다.
김경문 감독은 냉정하고 프로다운 원칙으로 상황의 중심을 정리했다. “도윤이가 잘하고 있는데 은원이가 왔다고 바로 넣으면 안 된다.” 이 한마디는 이도윤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드러내면서 정은원에게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가 되었다. 냉정한 무한 경쟁 예고로 더그아웃의 긴장은 한층 높아졌고, 현장에서는 감독의 선수 기용 철학이 팀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평가가 들려온다. 정은원의 눈빛은 두려움보다 묘한 설렘으로 빛났고, 상무에서의 시간은 그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다.
이제 후배들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진짜 유니폼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그의 다짐은 분명하다.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며 방망이를 다시 돌리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은, 암흑기 시절 팬들을 웃고 울리던 그때의 소년이 단단한 남자로 돌아왔음을 보여준다. 등번호 없는 옷을 입고 흘린 땀방울이 올 시즌 독수리 군단의 가을야구를 향한 가장 뜨거운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은 이제 이들의 싸움 위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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