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5개월차를 맞은 아내와 함께 가볍게 산책하듯 찾아간 해운대 백사장에는 2026 해운대 모래축제가 한창이었다. 주로 동백섬 코스를 이용하던 이들이 이번에는 색다르게 백사장을 따라 걷고 밤의 조명 아래 펼쳐지는 모래 조각들을 감상했다. 낮보다 밤에 더 돋보이는 조명은 모래 작품의 입체감을 살려주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선선한 밤바람이 임산부에게도 편안한 날씨였고, 형형색색의 빛이 작품들을 비추는 모습이 여유로운 산책에 어울렸다.
전 세계 작가들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들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몇 점이 있다. 별빛 언덕의 어린왕자( Abram Waterman 작가) 는 부산의 산복도로를 모티브로 한 집들이 모여 서 있는데, 장미와 함께 서 있는 어린왕자의 모습이 로맨틱했고 푸른 빛의 조명이 따라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따뜻한 맛, 부산의 정(Ilya Filimontsev 작가)은 돼지국밥을 위트 있게 표현한 친근한 캐릭터로, 밤의 조명 아래 근육과 질감이 세밀하게 드러나 웃음과 함께 푸근함을 선사했다. 바다 위의 도시(Wangjie 작가) 작품은 미래형 건축물과 신비한 해양 생물이 어우러져 역동적으로 표현되었고, 거대한 고래와 파도 같은 생동감은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남겼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초대형 메인 작품은 가로 25미터에 높이 8미터 규모로, 금정산과 광안대교, 해운대 캡슐 열차 등의 부산 랜드마크가 모래 속에 총집합되어 있다. 계단과 전망대가 연결되고 은은한 라인 조명이 더해져 멀리서도 성벽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매일 가던 동백섬 코스도 좋지만, 화려한 백사장 속 모래 조각의 매력을 느끼려면 가끔 이쪽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영화의 거리에서 시작해 백사장 끝까지 이어지는 약 1시간 코스도 가벼운 야간 산책으로 적합하다. 해운대를 방문한다면 조명과 어울린 모래 조각을 감상하고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힐링하는 시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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