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물의 과학적 증명력은 강력하지만, 전제 조건인 동일성과 무결성이 확보돼야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본 사건은 차량 뒷좌석에서 벌어진 성범죄로, 피고인과 고소인의 진술이 강제성 여부에서 엇갈렸다. 피고인은 성관계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으나 강제로 이뤄졌다는 점은 부인했고, 고소인은 피고인이 강하게 반항을 억압했다고 진술했다. 핵심 쟁점은 당시 고소인이 입고 있던 바지였다. 고소인은 허리 부분이 탄성 슬랙스였다고 주장했고, 피고인은 청바지라 벗겨질 때 고소인이 스스로 벗었다고 반박했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진술은 신빙성 판단의 핵심이었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강제성 여부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의 무죄에 불복해 새로운 증거를 수용했고, 고소인이 당시 입은 바지의 대검찰청 감정서에서 피고인의 DNA가 바지 안쪽 사타구니 부위에서 검출됐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다시 뒤집으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과학적 증거가 강력하더라도 증거 채취·보관·분석 과정에서 인위적 조작, 훼손, 첨가가 없었는지, 즉 증거의 동일성과 무결성이 충족됐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바지에 남겨진 DNA가 피고인과 고소인의 것 외에 다수의 불상의 남성 DNA까지 혼합·오염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피고인 DNA는 바지 안쪽에만 검출됐고 겉면은 제3자의 DNA로 오염된 상태였다. 긴 보관 기간과 관리 부실로 인한 오염 가능성을 검증할 추가 증거가 필요했지만 검사는 이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다. 이로써 증거물의 과학적 효용은 전제 조건의 충족 여부에 달려 있음을 재확인했고, 재판은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증거가 과학적으로 강력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과 증거의 무결성이 결여되면 유죄를 확정할 수 없다. 수사기관의 초기 대처 미흡으로 증거가 방치됐다면 피고인은 그 불이익을 부담하지 않아야 한다. 억울한 혐의를 받는 이들은 과학적 증거의 타당성 여부와 수집·보관 과정의 적법성에 대해 법률전문가와 함께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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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성범죄 DNA 검출 증거물, 오염됐다면 무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