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끝내고 돌아서는 길, 분명 즐겁게 얘기하다 나왔는데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헛헛한 날이 있다. 상대도 별다른 말 없이 헤어졌는데, 다음에 만났을 때 어쩐지 거리감이 미세하게 늘어난 기분이 든 경험.
이런 일은 큰 사건 없이 천천히 쌓인다. 그리고 그 정체 없는 거리감의 근원은, 내가 의식조차 하지 못한 세 단어 안에 들어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의도와 효과는 다른 층위에 있다 "아니, 근데, 진짜." 우리말을 쓰는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말이다.
누구도 이 단어들을 무기로 쓰려고 꺼내지 않는다. 그저 말의 호흡이고, 무의식적인 추임새이며,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디딤돌일 뿐이다.
자기 입장에서는 분명 그렇다. 그런데 받는 쪽에서는 작동이 다르다.
"아니"는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정의 신호를 먼저 켠다. "근데"는 앞사람의 흐름을 잘라내고 내 흐름으로 되돌리는 전환 장치로 가닿는다.
"진짜"는 상대의 말을 한 단계 격하시키며 내 반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