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저히 사랑스럽지 않은 날이 있다. 거울 속 얼굴이 한심해 보이고 지난주 말 한마디가 머릿속을 맴돌며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다. 이런 날에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또 한 겹의 죄책감이 얹히기 쉽다. 사랑을 강요하는 대신 회복은 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인지행동치료의 병식처럼, 상태를 부풀리거나 깎지 않고 냉정하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미워하는 마음이 들 땐 그 마음을 미운 채로 잠시 두는 것이 먼저다. 억지로 끌어올리려 할수록 비난이 늘어나 이중 구조가 생긴다. 이 구조에서 벗어나는 길은 지금의 나는 사랑할 힘이 없다고 담담히 인정하는 것뿐이다. 오늘은 나를 미워해도 괜찮다고 잠시 허락하는 순간, 오히려 미움이 가벼워진다. 진흙탕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자신이 진흙에 빠져 있음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나는 쓰레기다”라는 목소리는 내 진심일까. 대개는 어릴 적 누군가의 말이 자동 재생되는 음성이고, 내 목소리와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음성은 타인의 말투를 닮아가며, 그것이 진실인지 혼동하게 한다. 이를 인식하고 그것은 내 목소리가 아니라고 구분해 두는 것이 회복의 또 다른 단추다.
사랑할 힘이 없을 때는 사랑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도 된다. 외부의 작은 애정으로 시선을 옮겨, 옷이나 화분, 반려동물, 커피 같은 사소한 대상에 애정을 쏟으면 내 세계의 중심이 차차 자신과 함께 움직인다. 여기에 매일 실패하지 않을 작은 일을 꾸준히 해내는 습관을 더하면 자기 효능감이 쌓인다. 거대한 결심으로 자존감을 들추려 하지 말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위부터 시작하자.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죄가 아니며, 그 사랑이 지금 안 될 때 어떻게 살아갈지 아는 일이 필요하다. 사랑할 힘이 없던 날엔 무력함을 인정하고, 내 안의 비난이 진짜 내 목소리인지 들여다본다. 그래도 사랑할 만한 것이 없으면 옆에 있는 작은 것부터 먼저 사랑해도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벽, 나를 그렇게 미워 보이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이 바로 회복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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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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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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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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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