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멈춘 곳에서 시작되는 가장 아름다운 역설 지금 이 순간, 서울 한복판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어딘가에 인간이 떠난 자리가 있다. 콘크리트가 균열을 일으키고 그 틈으로 뿌리가 내려앉는 곳.
녹슨 쇠파이프를 덩굴이 천천히 감싸고, 출입을 막는 철조망마저 이끼가 뒤덮어 버린 곳. 우리가 그토록 열심히 쌓아 올린 문명의 잔해 위에 자연이 조용히, 그러나 압도적으로 귀환한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묘한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두려움이 아니다. 경외감이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에서 균류에 감염된 인류가 사라진 뒤 식물이 마천루를 뒤덮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지브리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독성 포자를 내뿜으며 인간의 영역을 잠식해 가는 부해(腐海)의 이미지를 기억하는가.
그 장면들이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어딘가 현실에 존재할 것 같은 느낌. 그 직관은 정확하다.
국내에도 그런 장소들이 있다. 인간이 포기한 자리에 자연이 천천히 침투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