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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명동성당에서 보낸 밤

 크리스마스 이브, 명동성당에서 보낸 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일을 마치자마자 집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곧바로 명동으로 향했다. 몸은 이미 하루의 무게를 충분히 안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12월 24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구유경배예절과 자정의 종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당 입구에 들어서자, 어둠 속에서 더 선명하게 빛나는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성당 앞마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 크리스마스트리와 조명, 그리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분위기.

분주하지만 시끄럽지 않았고, 북적이지만 어수선하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인상 깊었다. 촛불을 들고 기도하는 순간, 올 한 해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잘해낸 일도 있었고, 아쉬움이 남는 선택도 있었다. 무엇보다 ‘버텼다’는 말이 가장 솔직한 정리 같았다.

본래는 밤미사까지 참석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을 끝내고 바로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