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앤〉을 보고 난 뒤,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보다는 몸을 조금 더 움직이고 싶어졌다. 공연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실내에서 실외로 천천히 이동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이날은 낙산성곽을 따라 걷고, 이화동 벽화마을을 거쳐 동대문까지 가볍게 산책하기로 했다. 출발 지점은 낙산공원 인근.
안내 표지판을 따라 걷다 보면 낙산정과 전망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자연스럽게 열린다. 겨울의 끝자락답게 나무들은 아직 잎이 없었지만, 그 덕분에 시야는 훨씬 트여 있었다.
성곽 위에서 내려다본 도심 풍경은 낮고 차분했다. 높이 올라왔다는 느낌보다는, 도시와 나란히 걷고 있다는 기분에 가까웠다.
성곽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분위기가 서서히 바뀐다. 돌담과 나무가 중심이던 풍경은 골목과 계단으로 이어지고, 그 지점부터가 바로 이화동 벽화마을이다.
관광지로 알려진 곳이지만,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생활의 흔적이 더 많이 남아 있다. 벽화는 과하지 않고, 길은 좁지만 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