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는 1991년과 1992년을 가로지른 거대한 특집극이었다. MBC가 드라마 왕국이라는 별칭을 얻은 배경에는 이 한 편이 있다.
전장은 만주에서 한반도로 이어지고, 인물들은 사랑과 배신을 품은 채 역사의 굴레 속을 달린다.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해방 후 친일파 득세 같은 껄끄러운 주제가 안방극장으로 들어왔다.
대중은 매주 드라마를 보면서 동시에 불편한 과거와 마주했다. 이 작품의 규모는 당시 일반적 기준을 넘어서고도 넘어섰다.
제작비 수십억 원, 2만 명에 이르는 엑스트라, 해외 로케이션. 지금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물량전이었고, 아직 인건비가 저렴했던 시절이라 가능한 모험이었다.
(지금의 최저시급등에 비추면 이런 드라마는 한국에서는 힘들고 넷플릭스의 투자가 이어져야 가능할 듯 하다.) 병사들이 눈보라 속을 행군하고, 전차와 총성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흔히 드라마라면 떠올리는 세트와 실내 촬영을 넘어선 시도였다. 결과는 최고 시청률 58퍼센트를 기록한 국민적 체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