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공포, 파편화된 인간 구로사와 기요시의 『크리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은 얼핏 보면 범죄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일본 사회의 고립된 개인, 해체된 가족, 그리고 파편화된 존재들에 대한 집요한 시선이 숨어 있다. 이 영화의 공포는 피비린내 나는 범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천천히 스며든다.
마치 누군가가 나 모르게 내 ID를 도용해 로그인을 하려다 2단계 인증에서 걸려서 그 안내문자를 휴대폰으로 알아보듯이 말이다. 가장 먼저 이질감을 주는 건 옆집 남자 ‘니시노’의 첫 등장이다.
“이상하진 않은데 이상한” 그의 말투와 표정, 불필요하게 친절하면서도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태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은근한 불쾌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불쾌함은 명확하지 않기에 더 무섭다.
마치 오래된 벽지 뒤에서 곰팡이가 번지듯, 그의 존재는 서서히 가족의 틈을 파고든다. 그리고 기이하게 계획된 그의 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