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거대한 감옥과 구원 없는 삶: 노르테 라브디아즈가 그린 부조리 필리핀 영화계의 거장이자 '슬로우 시네마'의 대명사인 라브디아즈(Lav Diaz)는 인내를 요구하는 긴 호흡을 통해 관객을 현실의 고통과 마주하게 한다. 2013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노르테, 역사의 종말(Norte, the End of History)'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필리핀의 현대사 속에 이식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지식인의 오만과 자본주의의 수혜 주인공 파비안은 전형적인 부르주아 출신 지식인이자 사회주의적 이상을 설파하는 법대생이다.
그는 입으로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비판하고 정화를 부르짖지만, 정작 본인의 삶은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혜택 위에 견고하게 서 있다. 이러한 괴리는 그를 현실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부적응자로 만든다.
(자기모순에 허덕인다.)영화에서 아주 흥미로운 전환점은 그가 저지른 살인죄에서 벗어나는 계기다. 그는 경멸하던 사회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