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1권을 읽으며 완결 직전의 분위기가 주제와 흐름을 얼마나 촘촘하게 다듬는지 실감했다. 애니와 결말 스포를 이미 알고 있기에 큰 줄기는 알고 있었지만, 구룡제네릭로맨스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남아 있어 바로드림으로 구매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다. 이번 권의 특전은 포스트카드와 렌티큘러 카드였고 레이코와 하지메가 각각 보이는 구성이었다. 11권은 초반의 개그풍에서 벗어나 구룡성채의 눅눅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 강하게 흐르고, 인물들 간의 관계와 기억이 더 흔들린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기억과 감정의 혼란이다. 왜 구룡성채가 생겼는지에 대한 물음과 앞으로의 선택이 자리하고, 제2구룡성채의 기원과 구성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초반에 정리된다. 석세스의 이야기는 중요한 전개다.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부르는지가 자아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 주며, “네가 나를 꽃으로 불렀을 때 꽃이 되었다”는 흐름은 자아를 형성하는 관계의 힘을 강조한다. 이 작품이 꾸준히 다루어온 주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현 시점의 레이코는 중요한 선택 앞에 선다. 약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한 약물의 문제가 아니라 길을 선택하는 문제로 확장된다. 레이코가 누구인지, 어디까지 레이코일 수 있는지가 더 선명해진다. 완결권인 12권으로 가기 전, 작가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정리하려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유일한 나 자신이라는 주제가 끝까지 핵심 축으로 남고,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계 속에서의 나를 정의하는 방식으로 남는다. 11권은 사건의 폭발 대신 주제 정리에 집중하며, 레이코와 하지메의 관계, 쿠지라이B의 존재, 제2구룡의 의미, 석세스를 통한 정체성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12권에서 이 이야기가 어떤 감정으로 마무리될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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