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성복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문화보국 : 신념으로 지켜낸 우리의 얼>에 다녀온 기록이다. 간송미술관은 주차장이 작아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인근에 선잠박물관과 성북구립 미술관, 다양한 표지석이 있어 함께 걷는 즐거움을 더했다. 성북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려 이정표를 따라 약 100m 정도 걷자 정문과 맞닿아 있었고 맞은편으로 한양도성 성곽이 보였다. 상설전 없이 봄과 가을에 각각 두 달가량의 특별전을 운영하는 점도 특징이다. 주차료는 기본 30분 1,000원, 추가 5분당 500원이고 미술관 굳즈샵에서 2만 원 이상 구매 시 주차비 할인 혜택이 있다. 입구의 석사자상은 보호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고, 이를 둘러싼 현황은 올 초 중국으로의 반환 소식과 함께 관심을 모았다. 매일 11:00와 14:00에 신축 수장고 1층 세미나실에서 무료 전시설명도 진행되나, 이번 방문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다.
전시는 경매를 통해 입수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1922년 일본 경성미술구락부의 경매가 문화유산의 흐름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광복 전까지 260회의 경매로 다수의 작품이 일본으로 흘러간 상황이 전시의 배경으로 제시된다. 간송 전형필은 일본인 거상과 조선인 수장가의 접점을 이용해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 문화유산을 지켜내는 데 막대한 재산과 노력을 들였다고 설명된다. 전시에서 다루는 주요 작품으로는 백자희준, 백자청화철채반룡롱주형 연적, 백자청화해태형 연적, 백자석척뉴향꽂이,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등이 있다. 특히 국보 제294호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은 붉은 진사, 청화, 철채가 한 작품에 어우러진 이례적인 사례로 꼽히며, 앞뒤 면의 국화와 난초, 벌과 나비의 묘사가 돋보인다. 목이 길고 몸통이 달항아리처럼 둥근 유백색 병은 세 가지 안료의 조합으로 색이 달라지며, 삼안료의 성질 차이가 만들어내는 표현의 절제미가 특징이다. 국모란매화문궤형 연적과 자물쇠 문양 역시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자물쇠에는 “손에 천지의 조화가 깃들여 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침계 윤정현 초상화와 김정희의 발문이 함께 배치되어 있으며, 이한철의 그림으로 구성된 침계 윤정현의 초상화는 조선 말기의 어진화사로서의 위치를 보여준다. 전시의 다른 공간에는 채란위패와 석파문란첩 속의 작품들이 모여 있으며, 연적과 향꽂이 소품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자주 끌었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도 독립운동의 다양한 형태가 존재했다는 사실과, 문화유산을 지키는 행위가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는 간송 전형필의 신념이 전시를 통해 강조된다. 야외 전시장의 웃는 사자상은 언제 보아도 관람객의 미소를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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