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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자연을 가두지 않고 순리에 순응하다: 영양 서석지(瑞石池), (BAC 역사문화대장정 No.50)

  정원, 자연을 가두지 않고 순리에 순응하다: 영양 서석지(瑞石池), (BAC 역사문화대장정 No.50)

나는 영양 서석지의 모습을 통해 조선 시대 정원의 정수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이 글을 썼다. 광해군 5년(1613년) 무렵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 정영방 선생이 낙향의 뜻으로 이 공간을 일구었고, 담양 소쇄원이나 보길도 세연정과 함께 당시의 3대 민가 정원으로 손꼽히는 귀한 문화유산이 되었다고 전한다. 이곳의 이름인 서석(瑞石)은 상서로운 돌이라는 뜻으로, 연못 바닥에 자리한 다수의 암석들을 가리킨다. 정영방 선생은 인위적으로 깊게 파서 물을 가두지 않고, 원래 있던 암석들을 살려 주변에 연못을 조성했으며, 연못은 사우단을 감싸는 U자형으로 구성되었다. 동북쪽 귀퉁이에는 산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도랑, 서남쪽에는 물이 흘러나가는 도랑을 두어 읍청거와 토장거라 부르는 맑은 물과 더러운 물이 흐르는 길을 구분했다. 경정과 주일재의 서석지는 단순한 연못이 아니라 건축물과 나무, 돌이 하나의 철학적 체계를 이루는 공간이다. 경정은 공경을 실천하는 공간으로 학문을 논하고 손님을 맞이하던 곳이고, 정면에서 바라보는 연못의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완벽한 구도를 자랑한다. 주일재 앞은 연못 쪽으로 내민 단을 쌓고 그 위에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 국화를 심어 사우단이라 이름지었다. 연못 속 19개의 돌무리는 각각 신선이 노니는 돌, 구름 봉우리 모양의 돌, 물고기 모양의 돌, 낙성석 같은 이름들을 얻으며 저마다의 형상을 드러낸다. 이 모든 구성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정영방 선생의 철학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그 철학은 오늘날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당시 선비들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인간과 공존하는 동반자로 여겼던 가치관이 이 공간의 깊이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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